내 영혼을 받아주옵소서!

이런 일이 있은 후 내무서원들이 들이닥쳐 문 전도사와 백 전도사 그리고 몇몇 교인들을 연행해갔다. 죄명은 비밀리에 예배를 드렸다는 것이다. 공산당들은 양민들을 잡아다 가둬놓고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이유로 잔인한 매질 끝에 밤마다 두 세 사람씩 끌어내어 총살을 시켰다. 하지만 문 전도사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풀어주었다.

얼마 후 국군이 목포에 상륙했다는 말이 돌았고 이를 전해들은 공산세력은 후퇴를 서둘렀고 10월 4일 국군의 배가 증도로 다가오는 그날 밤 양민들과 교인 수십 명을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줄줄이 엮어 끌고 갔다. 문 전도사와 백 전도사도 이 대열에 있었다. 악도들은 몽둥이로 사정없이 마구 내리치니 한 사람 두 사람씩 쓰러져 죽었다.

10월 5일 새벽, 백 전도사도 손을 뒤로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끌려왔다. 증동리 백사장은 살벌한 죽음이 감돌았고 공산세력은 끌고 온 양민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찔러 죽였다. 드디어 문준경 전도사의 차례가 되었다. 그들은 새끼를 많이 깐 씨암탉이라고 놀려대면서 몽둥이로 때리고 죽창으로 찔렀다. 그 와중에도 문 전도사는 백정희 전도사와 교인들만은 해치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그러다 그중 한 명이 방아쇠를 당겼다. 새벽 적막을 깨뜨리는 한 방의 총소리는 역사의 휘장을 가르듯 그렇게 삶과 죽음을 가르며 허공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렇게 문준경 전도사는 “하나님 아버지시여, 내 영혼을 받아주소서!”하고 59세로 일생을 마치고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이때가 새벽 2시였다. 백 전도사는 문 전도사의 옆에서 어서 죽고만 싶었다. 그런데 악도들은 총알이 아깝다며 백 전도사와 김두학 장로를 내무분소로 끌고 갔다. 그렇게 내무분소에서 풀려나 집에 돌아오니 새벽 5시였다. 백 전도사는 문 전도사의 체취가 배어있는 텅 빈 방안을 둘러보며 흐느껴 울었다.

울다보니 음력 8월 23일 조금 지난 때인지라 문 전도사의 시신에 조수물이 넘어올 시간이 임박했음을 직감했다. 조금만 늦어도 문 전도사의 시신이 바닷물에 휩쓸려갈 판이었다. 그 당시 공산당에 의해 학살된 시신에 손을 댔다가는 무수히 매를 맞기 때문에 아무도 근처에 얼씬하지 못했다. 백 전도사는 문 전도사의 조카딸 조동례 권사(이만신 목사의 모친)와 권복엽 집사와 함께 죽음을 무릅쓰고 공산당의 눈총을 피해 종종걸음으로 시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문 전도사의 시신은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버선까지 젖어있었다. 옷과 살이 붙어 옷을 벗길 수 없어 칼로 옷을 찢어서 벗겼다. 그들은 문 전도사의 시신을 거두어 약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무덤에 고이 안장시켰다. 백 전도사는 문 전도사가 순교한 그날로부터 3년 동안 소복하고 그를 추모하며 매일 새벽기도 후 문 전도사의 묘소를 찾아가 기도했다.

1951년 2월 2일 문 전도사의 회갑을 맞아 호남지방회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장례식장에서 정씨 문중 선산까지 장례행렬에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섬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분을 자기 어머니, 할머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2006년 우리나라 종교인구 분포에 따르면 개신교 18%인데 신안군은 35%나 된다. 이중 증도는 주민 90%가 개신교다. 증도의 거의모든 가구들이 다 예수 믿는 가정이다. 증도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 오늘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열매를 거둔 데에는 신안군 섬마을 선교의 영원한 어머니로 불리는 위대한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준경 전도사는 1950년,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증도 사람들 가슴 속에는 영원한 어머니로 생생하게 살아있다. 친부모가 돌아가신지 몇 십 년이 지나면 자식들의 기억 속에 잊혀 지는데 돌아기신지 60여 년이 다 된 한 여인을 온 마을사람들이 잊지 못하고 기리며 묘소를 찾아 눈물짓고 기도한다는 것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대단한 일이다.       

문 전도사는 순교했으나 그의 영향력은 지금도 계속돼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그 가정들이 변화되고 마을이 변화되고 있다. 문 전도사의 순교의 피 때문에 지금도 성령의 뜨거운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돌아가신 게 아니라 신안 섬마을의 영원한 어머니로 살아있기에 주님오실 때까지 계속 역사하시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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