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출근시간에 집 앞 마을버스 안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일은 불과 몇 분 안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만원 버스도 아니었고 정류장마다 멈추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기다리는 승객이 버스 오는 시간을 잘 알 수가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마을버스 기사가 차 엔진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승객 중에 한 사람이 버스를 타려고 바쁘게 걸어오는 어떤 한 사람을 발견하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기 웬 할머니가 오십니다.”
버스기사가 백미러로 바라보니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한 분의 할머니가 무언가를 머리에 인 채 버스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어서 출발합시다.”, “출근 시간이 바쁜데 언제까지 기다릴 거요?”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어느 승객이 바쁘다면서 서둘러 떠나기를 재촉했습니다. 그러자 버스 기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기 우리 어머니가 오십니다. 조금 기다리면 같이 갈 수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자 재촉하던 승객도 할 말을 잃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창가에 앉았던 한 청년이 벌떡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고 할머니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승객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버스의 창문 밖으로 모아졌습니다. 할머니의 머리 위에 있던 보따리를 받아든 그 청년은 할머니의 손목을 부여잡고 잰걸음해서 버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할머니와 청년이 버스 안으로 오르는 순간 승객 중 누군가가 먼저 박수를 치자 너나 할 것 없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물론, 그 할머니는 버스 기사의 어머니도, 그 청년의 할머니도 아니었습니다.

나에게는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후회되고 회한이 남아 있는 게 있습니다. 나 젊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께 잘 해드리지 못한 것들입니다. 지금도 자주 그 전날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눈물이 날 때도 있고 그리움에 사무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천국에 계실 어머니가 자랑스럽고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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