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폴란드 여성 소피는 아버지가 유태계라는 이유로 두 자녀와 함께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에 갇혔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수용소의 의사는 소피의 두 자녀 중 하나를 죽음의 가스실로 보내야 한다며 소피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차라리 자신이 가스실에 가겠다고 애원했지만, 의사는 선택하지 않으면 둘 모두를 가스실로 보내야 한다고 냉혹하게 다그쳤다.

▨… 1979년 발표된 윌리엄 스타이런의 원작 소설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제작되어 그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로 더 유명세를 탄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은, 한 여인의 힘으로는 거부할 수 없었던 전쟁의 부조리와 인간악의 비정함을 속속들이 파헤쳐 보여주었다. 자신을 가스실로 보내라고 울부짖던 소피는 결국 아들 잰을 선택하고 딸 에바를 포기했다. 이 선택으로 소피는 자신의 지옥을 활짝 열었다.

▨… 심리학자 조던 B. 피터슨에 의하면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특성이 있고 이런 특성을 지닌 생명체는 인간이 유일하고” 또 “인간만이 순전히 고통을 위한 고통을 줄 수 있다”(「12가지 인생의 법칙」)고 한다. ‘소피의 선택’이 보여주듯 인간의 악랄함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러나 이 사실이 인간에게 원죄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고 밝혀 “신의 부재가 악의 정체”(아우구스티누스)임을 확인해주었다.

▨… 제114년차 총회의 총무선거가 무효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지난 총회 선관위와 이번 총회 선관위의 입장이, 총무 당선자와 선거무효 주창자의 주장이, 새 총무 선출의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견해의 대립이 소피의 선택만큼은 아니더라도 첨예하게 맞서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많은 성결인들은 우리교단이 ‘소피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에 젖어들고 있다.

▨… 어떤 성결인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데 총무 당선 무효 회오리가 일으켰던 혼란을 겪은 지가 언젠지 아느냐고, 본지의 보도를 나무람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단의 지도부, 현전 선관위, 헌연위, 총무 입후보자였던 이들도 교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으리라 믿기에, 소피의 딜레마에 빠져들 위험은 결코 없으리라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다. 모든 성결인들은, 총무선거무효결정이 이 어려운 시기에 교단 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여는 방향으로 누구도 상처받음 없이 수습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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