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7년 8월 20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를 발사했다. 1990년 2월 14일, 시속 5만5000km의 보이저 2호는 지구로부터 약 182억km 떨어진 성간우주(interstellar) 진입 직전이었다. 나사의 자문위원이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요청으로 보이저 2호는 카메라로 멀어지는 지구를 찍었다. 그 먼 거리에서. 세이건의 표현에 따르면 우주의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었다.

▨… 비록 사진을 통해서이지만 우주에서 지구를 본 소감을 세이건은 이렇게 밝혔다. “(전략) 지구는 현재까지 생물을 품은 유일한 천체로 알려져 있다. 인류가 이주할 곳-적어도 가까운 장래에-이라고는 달리 없다. 방문은 가능하지만 정착은 아직 불가능하다. (중략)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보존하고 소중히 가꿀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칼 세이건,「창백한 푸른 점」)

▨… 현재로는 인류가 이주할 곳이 그 넓은 우주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세이건은 외계 생명체에게 인류를 알릴 수 있도록 각종 그림과 클래식 음악, 한국어를 포함한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등을 담은 음반을 보이저호에 싣게 하였다. 우주에는 어쩌면 지구인을 찾으려 애쓰는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세이건의 가정은 이 시대의 교회가 그냥 무시해버려도 좋은 것일까. 미래의 우주시대에 걸맞는 기독교적 신앙고백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고 언제까지 발뺌해도 무방한 것일까.

▨… 성서는 온 세계와 역사의 유일한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선포하였다. 동시에 이 하나님의 실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임재하고 있음을 증언한다. 온 세계가 무한의 우주로 확대되어진다 하더라도, 또 인간의 역사가 우주 생명체와의 맞부딪침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새 국면으로 전개되어진다 할지라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됨을 선언할 준비는 갖추고 있는 것일까.

▨… 어느 신학자가 “성서의 예수 그리스도가 외계 생명체를 포용할 수 있을까”를 물었다.(김동건, 「그리스도론의 미래」) 스스로 마련한 답은, “예수의 가르침은 우주적 성격을 가질 수 있고, 외계지성체가 생명과 사랑을 존중한다면 한 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등떠밀려서이지만 우주시대를 맞는 한국교회는 우주적 그리스도론으로 무장하는 신학적 준비를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보이저 2호의 우주탐사가 드러낸 종교적 도전을 모른체 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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