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지식 저장고

안성우 목사
존 맥스웰은「리더십의 21가지 불변의 법칙」제1장에서 ‘수준의 법칙’을 말합니다. “리더십의 능력이 그 삶의 결과를 결정한다.” 사람마다 의식, 인격, 지성, 관계, 능력, 역량, 영성에서 수준이 다릅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를 피우세요.”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애연가가 아닌 의사들이 한 말인데요. 환자에게 흡연 처방도 했는데 건강의 적으로 변하기까지 10년이면 충분했습니다. 지구는 평평하지 않았고 명왕성은 2006년 전까지는 태양계 행성이었습니다.

인간의 체세포 염색체 수도 1956년 46개로 판명되기 전까지 48개였어요. 고전물리학 법칙을 무너뜨린 상대성 이론도 마찬가집니다. 적포도주의 효용에 대한 논쟁도 진행형입니다.

몇 년 전 파리의 한 연구팀이 지난 50여년 간경변과 간염 분야에서 발표된 500여 건의 논문을 분석했더니 이 중 절반이 오류이거나 낡은 지식으로 판명됐습니다.

요한계시록의 집필 시기는 기원후 60년∼70년으로 봤는데요. 네로 황제의 기독교 박해와 유대독립전쟁 진압으로 예루살렘 멸망에 선행하는 기원후 65년~75년으로 수정했습니다.

90년대 이후에는 “로마 제국 황제를 신으로 섬겨야 한다”고 선포하여 제국을 황제숭배신앙으로 통일하려 했던 도미티아누스 시대인 91년~96년 사이로 봅니다. 

30년 전 성서비평학을 배우기 전 성서에 관한 이해는 개인 큐티 수준이었어요. 성서의 역사적 배경과 사실성, 양식과 문학적인 요소, 저자가 사용한 자료, 자료의 편집구조, 수사학 등을 비평하는 학술적인 읽기 방법은 성서를 성서 되고,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려는 목적인데도 성서를 비평의 대상에 올렸다고 저항도 꽤 컸습니다. 성서비평학이 학문적인 공헌을 한 것은 컸지만 성서비평학에 대한 비판도 귀 담아 들어야 할 겁니다. 

새뮤얼 아브스만은「지식의 반감기」에서 어떤 분야의 지식도 지수함수적으로 붕괴한다고 했는데요. 일부는 틀린 게 아니라 새 지식이 낡은 지식을 대체한답니다. 분야별 지식의 반감기는 물리학 13년, 경제학 9년, 수학 9년, 심리학 7년, 역사학 7년, 종교학 9년이라고 했습니다.

그를 지면에서 만났는 데 지인의 구시렁댔던 몇 마디가 떠나질 않았답니다. “우리 목사님은 무슨 주제로 설교해도 결론은 ‘성령, 기도, 말씀’입니다. 끝은 항상 똑같아요. 성서 속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목사님 철학과 3급 자료로 정체성 없는 비빔밥을 만듭니다.”

영성은 지성, 인격, 능력, 리더십의 총합인데요. 지식이 일천하거나 반감기를 지났다면 구성원은 한숨과 의리로 리더의 퇴장만을 기다립니다. 구약에서 백성의 타락으로 들어가 보면 뿌리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결여입니다.

목회자에게는 신학의 부재인 셈이죠.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을 포함하지만 경험을 해도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부족하면 하나님 아닌 하나님을 경험하는 꼴입니다.

석사 논문을 쓰고 책 고르는 법을 배웠습니다. 박사 논문 심사를 마치고는 책을 쓰기 위해 겨우 구도 잡는 법을 배웠답니다. ‘글쓰기 수업’은 후로도 지금까지 계속됩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하는데요. 글쓰기를 통해 정리, 저장, 활용이 가능합니다.

정보 수집, 관리 활용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말은 빌게이츠가 했습니다. 예수님을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고 했던 베드로를 통해서 주시는 말씀을 심비에 새겨야 합니다.

지식 반감기를 겸허하게 인정한다면 10년에 한 번은 대학에 입학해야 할 터인데 쉽지 않습니다. 인정하고 지식 저장고를 채우려면 ‘학습광 기질, 무한 학습’을 해야 합니다.

기본은 독서의 습관화인데요. 독서 시간 정하기, 함께 읽기, 서평 나누기, 토론, 상벌을 정하면 좋습니다. 혼자 할 수 밖에 없다면 ‘자기 결박 계약서’를 써서 공표하고 상벌을 정한 후 처절히 몸부림 쳐야합니다.

배운 것으로 10년을 버틸 수 있지만 오늘 채우지 않으면 10년 후 버림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 저장고를 열면 차고 넘쳐서 터져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이라 단정하고 값싼 위로 속으로 숨기 십상인데요.

이 유혹을 물리쳐야 합니다. 지식저장고가 비어가는 것은 직무유기입니다. 지식의 반감기가 다가오기까지 고통을 느낄 수 없지만 느껴지는 순간은 늦어도 너무 늦은 것입니다. 저장고를 채우면 보상이 따릅니다. 혹 눈에 보이는 보상이 없더라도 채우는 여정이 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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