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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새인과 소피스트
[705호] 2009년 05월 16일 (토) 00:00:00 이정희 부장(CBS보도국) webmaster@kehcnews.co.kr

예수님 당시 바리새파는 유대사회의 지배계층이었습니다. 6천명 쯤 되는 바리새인들은 그 사회의 선생이었으며, 오늘날 국회와 같은 ‘산헤드린’ 공회원이었습니다. 그들은 안식일과 십일조 등 율법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었습니다.

“독사의 자식들아, 임박한 지옥의 판결을 어찌 피하겠느냐. 회칠한 무덤 같은 바리새인들이여,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 사랑이 많으신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섬뜩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의 이름으로 남을 정죄하면서 잔치의 상석에 앉거나 아첨과 칭찬 듣기를 즐겼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어디에 바리새인들이 세상을 지배하며 위선과 탐욕을 즐기라고 돼 있습니까? 바리새파는 항상 그렇게 자신들의 말과 행동은 절대적으로 옳고, 대적하는 자는 정신이 나갔거나 바알세붑에 사로잡힌 사람이라고 매도했습니다.  

이보다 500년 전 쯤 그리스에서는 소피스트가 지도적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면서 절대적인 진리를 부정하고 상대적인 이치와 실존을 강조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그들을 향해 “너 자신을 알라”고 일갈하다가 독배를 마셨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한 소피스트에게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선생이여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그 소피스트는 금 100파운드를 주면 가르쳐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청년은 대답했습니다. “가진 돈이 많지 않으니 우선 50파운드를 드리고, 나머지는 성공한 뒤에 갚겠습니다.” 그 뒤 청년은 성공했습니다. 스승은 청년에게 나머지 돈을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재판정에서 말했습니다. “50파운드는 제가 재판을 이겨도 받아야 하고 져도 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재판을 이기면 당연히 받는 것이고 진다해도 그것은 청년이 그 만큼 유능하게 성공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청년은 이렇게 맞받았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재판에 이긴다면 당연히 안 주는 것이고, 진다면 아직 제가 그만큼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재판의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당시 사회에 궤변과 술수가 얼마나 난무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귀한 지면에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 바리새인과 소피스트의 행태가 난무했음이 새삼 조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한 분은 재임 시절 정적을 ‘악의 무리’로, 자신과 동지들은 완벽한 의인이라고 강조하더니 수백만달러의 뒷돈을 챙긴 것이 발각됐습니다.

깨끗한 척은 혼자 다 하던 대통령이 우리나라 돈도 아닌, 세탁하기 쉬운 달러를 받아 아들의 유학자금 등으로 썼다니 황당하고 분한 사람이 많습니다. 청와대 집사를 맡은 그의 친구는 공금을 조금씩 빼돌려 거액을 만들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보니 그의 동지들이 내뱉은 말과 행동에도 온갖 궤변과 위선으로 충만해 있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반미를 외치던 어떤 교수는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고, 반대파 지도자의 자식이 군 면제를 받은 것을 두고 ‘신의 아들’이라고 공격하던 한 방송국 사장은 자신의 아들을 군대 보내지 않기 위해 이중 국적을 갖게 했습니다.

어느 시대 건 모순과 위선, 부조리와 술수가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시대를 이끌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최고 지도자들이 바리새인처럼, 소피스트처럼 ‘회칠한 무덤’ 속에서 탐욕을 즐긴다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국민들을 계몽하면서 뒤로는 부패하고 거짓된 것을 취한다면 그 사회에 어떻게 미래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 정권도 과거를 정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를 교훈 삼아 보다 공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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