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도그하우스다이어리(thedoghousediaries.com)는 세계 각 나라를 상징하는 단어를 키워드로 한 세계지도를 공개했었다. 그 지도에 의하면 사우디는 석유, 중국은 이산화탄소, 프랑스는 관광, 일본은 로봇, 소말리아는 해적, 북한은 검열이 그 나라의 특징이나 상징을 드러내는 낱말로 선택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일중독’(workaholic)이었다. 입맛은 씁쓸했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쓴웃음을 삼키며 공감했다.

▨… 워커홀릭이란 말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심리학자인 웨인오츠(Wayne Oates)가 “현대산업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가치 기준을 일에 두는 삶의 행태를 드러내는데 그 것은 일종의 병”(‘어느 워커홀릭의 고백’)이라고 진단하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 강수돌 교수 (「팔꿈치사회」 저자)도 “삶의 내면이 공허할 때 그 허기를 일로 채우려는 일종의 질병”이라고 규정했다.

▨… 가정이지만, 만약 어떤 사람이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워커홀릭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목사님들의 대답은 어떤 것일까. 한주간에 최소 4회 이상 설교(주일 아침예배, 오후예배, 수요기도회, 금요기도회)하고, 새벽기도회, 심방과 상담 외에도 제자교육이나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 목회자들이 자신의 일을 노동으로 이해한다면 누구나 워커홀릭이라는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 그러나 한국교회의 목회자 그 누구도 자신의 목회를 노동이라고 판단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조사한 바나 발표된 내용이 없어 단언하기는 무리이겠지만 목회는, 한국교회에서는, 노동이 아니라 소명이다. 그렇다. 세상이 변했으므로 교회도 변해야 하고 그래서 목회자도 소득세를 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목회는 주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고 자신의 삶 전체를 던져 지켜야 하는 명령에 대한 순종이다.

▨… 웨인 오츠가 어느 수도원을 방문했었다. 그를 맞이한 한 수도사가 말했다. “우리 수도원은 치즈 제조로 유명해졌지만, 치즈 제조는 수익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일한다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목회를 생계유지차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수가 아무리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 마리 잃은 양을 찾아 광야로 나아가는 목회자의 발길은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기쁨 때문이리라. 골고다 산정은 워커홀릭으로 도달할 수는 없는 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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