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제자 사랑 ‘감동’ ...어려운 제자 위해 장학금 내놔

▲ 임정규 교수는 은퇴하면서도 후학을 위해 장학금을 쾌척하는 등 남다른 제자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반평생 교회음악가 양성에 헌신해 온 임정규 장로(서울신대 명예·신촌교회)가 은퇴하면서까지 제자사랑을 실천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월말 서울신대 교회음악과(성악) 교수직에서 정년 은퇴한 임 장로는 최근 어렵게 공부하는 교회음악과 학생들에게 써 달라며 5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그동안 신학자와 목회자 양성을 위한 장학금 기부는 많았지만 교회음악 지도자를 위한 장학금 기부는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몇년 전 집안 사정으로 상당한 재산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내놓은 장학금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런 임 교수의 선행은 제자들과 후학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성악과와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실리라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임 교수는 1980년 서울신대 교회음악과 성악 전임 교수로 부임했다. 음악인으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가 다른 대학의 교수 자리를 마다하고 당시 볼 품 없었던 서울신대 교회음악과 교수를 선택한 것은 세상의 음악이 아닌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인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후 28년간 한결같이 교회 음악가 양성에 전념했다.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좋은 강사를 불러왔고, 서울신대 합창연주회 등 다양한 발전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실상 서울신학대학 교회음악과가 종교음악계에서 알려진 데도 임 교수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후학 양성에 열정이 많았던 그는 바리톤 장유상 교수(단국대)를 비롯해 테너 이영화 교수(안양대), 김구삼 교수(협성대), 최석조 교수(서울신대) 등 유명 성악가를 여럿 길러냈으며, 많은 제자들이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도 감당했다. 이런 제자들의 활약상을 볼 때 임 교수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제자들의 실력이 향상되고 국내 무대나 외국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볼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임 교수는 퇴임하는 순간까지도 제자들의 앞날을 위해 장학금을 선뜻 내놓은 것이다. 사실, 형편이 넉넉하면 학교에 건물을 기증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었다. 동료 교수이기도 한 이갑희 교수(선교영어학과)와 ‘정은회관’이란 이름까지 지어놓았으나 5년 전 뜻하지 않은 일로 경제적 어려움을 당하면서 장학금 기부로 만족해야 했다.

“학교는 떠나지만 음악적 자질이 있는 후학들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감당하기 위해 조금 기부한 것 뿐입니다.”

그러나 임 교수는 앞으로 교회음악과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한 번 더 기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런 스승의 사랑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제자들이 뜻을 모아 오는 3월 25일 서울 한전아트홀에서 임 교수를 위한 음악회를 마련했다. 마지막까지 음악인으로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임 장로는 이날 제자들과 모처럼 무대에 설 생각이다.

아직 퇴직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임 장로는 “일주일에 한번 학생들과 만나고 다른 음악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 가장 기다려진다”면서 제자와 음악인들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비록 대학 강단은 떠나지만 그의 끝없는 제자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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