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마을처럼 사랑이 머무는 교회

“우리 지역에 갈릴리교회라고 있는데 동네 자랑거리에요. 지역아동센터와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아이들 교육은 이 교회가 책임지고 있지요. 따님도 갈릴리교회 지역아동센터에 맡기세요. 제가 적극 추천해요.”
갈릴리교회(최원경 목사)가 위치한 경기 군포시 지역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집을 보러온 사람에게 교회를 소개하는 말이다.

동네 사람들이 지역의 자랑으로 꼽는 교회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멋진 건물을 뽐내면서 지역 랜드마크로 인정받은 것일까. 궁금증을 안고 찾은 갈릴리교회는 예상과는 달리 작은 상가건물 지하에 터를 잡고 있었다. 어떤 사연이 있을지 지역아동센터와 작은도서관을 통해 지역을 섬기고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갈릴리교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목욕탕 사건’으로 세워진 지역아동센터
최원경 목사가 지역아동센터 사역을 시작한 건 일명 ‘목욕탕 사건’이 있은 후 부터다. 어느 날 교회 옆 지하 사무실에서 주일 설교를 준비하던 최 목사에게 꾀죄죄한 차림의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아이 2명이 찾아왔다. “목사님, 저희 목욕 좀 시켜주세요.” “그래 알겠다. 그럼 너희 집에 가서 부모님께 허락 받고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오자.”

교회를 개척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최 목사는 두 발로 직접 교회를 찾아준 아이들이 반가워 곧장 아이들의 집을 방문했다. 어두컴컴한 집안에는 어린 딸들이 들어와도 나와 보지 않는 매정한 어머니가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낯선 남자가 자신의 두 딸을 목욕탕에 데리고 간다는 말을 듣고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태도였다. 최 목사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얘기한다.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자기 딸들과 같이 온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를 텐데 목욕탕에 간다는 딸의 말에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더군요. 그때 비로소 깨달았어요. 갈릴리교회는 이 아이들을 위한 사역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을 말이죠.”

‘목욕탕 사건’을 겪은 뒤 최 목사는 교회 주변 지역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알아보니 저소득 가정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속한 주민들이 많았다.

먹고 살기가 너무 어려워 자녀에게 관심을 줄 여유가 없었고, 아이들도 마음의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는 것이 익숙한 상태였다. 초등학생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밤 12시까지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 찜질방에 가서 잠을 청하는 등 경악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이곳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최원경 목사는 이때부터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만 해도 지역아동센터라는 개념이 정립되어 있던 시기가 아니었지만, 최 목사는 공부방 형태의 센터를 설립해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미술, 음악, 연극, 독서 등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체험하게 해주면 이 지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하 1층 예배당은 도저히 공부방으로 활용할 공간이 나오질 않았다. 그렇다고 개척한지 3년밖에 안 된 교회가 상가 임대를 또 얻기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출석하는 20여 명의 성도들 역시 모두 어려운 처지라 거액의 헌금을 해달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았다.

최 목사는 결국 보증금 없이 월세를 올려 ‘전액 월세’로 교회와 같은 건물의 3층을 얻었다. 지역의 아이들을 살려보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시작한 사역이었다. 

온 가족 교육하는 ‘작은도서관’ 설립
공부방으로 처음 시작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방과 후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학부모들이 호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학부모는 그동안 모아온 돈을 들고 와 센터 운영에 써달라며 후원하기도 했다. 또 센터에서 공부하고 싶다며 직접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10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센터 생활을 시작했다.

센터는 국어와 영어, 수학 등 학교 공부를 보충하는 수업부터 미술과 음악, 연극, 사진촬영, 로봇코딩 체험 등 아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사진을 처음 경험한 아이가 대회에서 1등을 해 일본으로 출사를 가는 기회를 얻는 등 진로에 대한 성과도 여럿 있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30명 정원의 센터에 대기자가 30명씩 몰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곧 지역아동센터 사역에 한계가 찾아왔다. 분명히 센터에 있을 때는 수업과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며 미래를 꿈꾸던 아이들이 집에만 갔다 오면 침울해 있거나 말썽을 피우는 등 부정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센터에서 아무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줘도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워주지 못하고 오히려 무너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 작은도서관 사역은 최원경 목사가 이때 고안해낸 아이디어였다. 작은도서관을 설립해 지역아동센터에서는 할 수 없었던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2층을 추가로 임대해 작은도서관을 꾸몄다. 이렇게 갈릴리교회는 자녀들을 교육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펼치는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게 됐다.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고 부모들은 인문학 강의를 듣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죠.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사역을 20년 간 해왔다면 지금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책임지는 두 기관을 운영하면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시에서 일부 지원금을 받기도 하고 여러 후원 캠페인에 채택돼 큰 비용이 드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상가 월세를 밀리기가 일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원경 목사는 낙심하지 않는다. 낙심은커녕 오히려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이곳 마을을 ‘테마마을’로 꾸며 모든 주민이 지역에 대해 애착을 갖고 미래를 그리며 살아가도록 돕겠다는 꿈이다. 아직은 구상 단계에 있지만, 지역아동센터와 작은도서관을 설립해 운영했던 것처럼 이 비전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최원경 목사는 이제는 지역의 자랑거리 1순위로 교회를 꼽아주는 주민들이 있어 더욱 힘이 난다고 고백했다.

“지역 필요 채워주는 교회 될래요”
“하나님께서 갈릴리교회에 원하시는 사역은 결국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어요. 현실에 부딪히며 눈물을 쏟은 날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신 분은 바로 하나님이셨죠. 그래서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어요. 갈릴리교회가 지난 20여 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사역을 펼쳐왔다면 이제는 마을 전체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일에 헌신해볼까 합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듯이 우리 지역을 사랑하고 싶어요.”

최원경 목사는 ‘갈릴리교회가 요즘 말하는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띄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반가워하며 예전부터 이루고자 했던 교회의 모습이 바로 ‘선교적 교회’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지역사회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며 “목사가 성도의 필요를 채워주듯이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워주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로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의 자랑이 된 갈릴리교회. 비록 재정적으로 든든한 교회는 아니지만 오늘도 갈릴리교회는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아름답게 펼쳐질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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