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향기로운 냄새

이성훈 목사
레위기 성경 공부를 하던 중 어느 분이 하나님이 고기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불로 태워서 드리는 번제를 드릴 때 그 냄새가 하나님께 향기로운 냄새라고 했으니까요”(레 1:9)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러다가 단지 웃어 넘길만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우 의미있는 신학적 성찰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었기 때문입니다.

레위기에서 제사법은 구원의 주 되시는 그리스도를 이해하는데 깊은 통찰력을 줍니다. 제물을 드릴 때 제물을 드리는 사람은 동물의 머리에 손을 얹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안수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머리에 손을 얹는 행위를 제사장이 하고 또 제사장이 제물로 드려진 동물을 잡아 태워서 드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물에 손을 얹는 일은 반드시 제물을 드리는 사람이 합니다. 레위기 1장 4절에 보면 “그는 번제물의 머리에 안수할지니 그를 위하여 기쁘게 받으심이 되어 그를 위하여 속죄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그는 번제물의 머리에 안수할지니’는 히브리어 ‘베사마흐 야도 알 로쉬’를 번역한 말로서, 이 말씀을 직역하자면 “그의 손을 번제물의 머리에 올려놓을지라”입니다. 여기에서 ‘그의 손’(히. 야도)이란 ‘예물을 드리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손을 제물에 올리는 이유는 손을 올리는 사람의 죄가 그 제물에게 전가되기 때문입니다.

제물이 흠이 없어야 하는 이유는 ‘흠 없는’(히. 타밈) 동물에게 죄가 전가되고 흠 없는 상태는 동물을 제물로 드린 자의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죄와 관련이 없는 화목제물의 경우 제물로 드리는 동물의 상태에 대해서는 그리 엄격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다리가 없다고 해도 화목제물로 드리는 것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불로 태워 드리는 제사가 하나님께 향기로운 냄새가 된다고 한 말은 번제를 드리는 사람의 죄가 제물로 드려져 동물의 희생으로 인하여 멸망하지 않게 되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칫 하나님이 악인을 심판하신다고 해서 악인은 미워하시고 의인만을 사랑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에스겔 33장 11절에서 하나님이 “…나는 악인의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 길에서 돌이켜 떠나서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고 하신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이 전적으로 맞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니느웨 백성이 멸망하는 것을 마음 아파하신 나머지 요나 선지자를 보내셔서 그들을 돌이켜 회개케 함으로써 그들이 심판받는 것을 원치 않으셨던 하나님입니다. 그렇습니다. 레위기의 제사법에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그 분의 ‘인격’과 ‘사역’을 보여주는 모형과 암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물로 드려진 동물에게 제물을 드리는 이의 죄가 전가되었듯이 하나님은 자신의 독생자되신 예수님을 어린양으로 이 땅에 보내셔서 우리의 죄를 전가시켰습니다. 제물로 드려진 동물이 불로 태워 죽음을 당하듯이 그 분은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사람들은 그분의 죽음의 이유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메시야라고 생각했던 예수님이 로마제국을 뒤집어 엎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분이 죽었으니 그는 메시야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님의 부활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부활은 그 분의 죽음이 우리의 죄를 사하시기 위한 형벌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사건이었으며, 이제는 우리가 의인되었음을 확인하는 영광의 복음이었던 것입니다.

로마서 4장 25절은 단 한 문장으로 이 사건을 이렇게 결론 짓습니다. “예수는 우리가 범죄한 것 때문에 내줌이 되고 또한 우리를 의롭다 하시기 위하여 살아나셨느니라”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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