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염려로 인해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정부 시책에 따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거나 정부가 제시한 안전 수칙을 지켜가면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가면서 예배를 드리려면 어쩔 수 없이 많은 성도들은 집에서 교회의 예배 실황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화상으로 시청하는 온라인 예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예배가 벌써 한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예배를 드리면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줄어들기를 바라며 부활절 예배를 기다렸던 한국교회 성도들의 소망은 4월 19일까지 두 주 더 연장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청한 정부의 지침에 의해 다시 한 번 좌절을 맛보고 말았다. 이것은 지금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몇몇 대형교회에서 부활절을 연기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목회자들은 필자에게 “부활의 기쁨을 전 교인들이 다 같이 누릴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필자의 생각은 부활절을 연기하는 것보다 부활의 기쁨을 적당한 주일에 온 교인들과 같이 누리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부활절기: 기쁨의 50일
교회력 상 부활절은 사순절기 다음에 위치하지만 부활주일이 끝난다고 해서 부활의 기쁨과 감격이 하루 행사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의 교회력은 부활절 후 50일을 ‘기쁨의 50일’이라고 해서 성령강림주일 전까지 부활의 기쁨을 모든 교인들이 함께 누리도록 짜여있다.
부활절 하루의 행사가 아니라 50일을 부활절기로 지켰다. 이 시간에는 부활절에 세례를 받은 사람들과 기존의 성도들에게 성례전의 신비에 관한 설교를 하면서 그들이 드리는 예배와 그들이 받은 성례전에 대한 교육을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즉 부활절은 부활주일의 단회성 행사가 아니었다.
주일: 작은 부활절
기독교의 전통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은 1년에 한 번 부활절에만 기념하면서 예배를 드리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짜는 1년에 한 번 돌아오지만 부활의 요일인 주일은 7일에 한 번 돌아온다. 초대교회에서부터 기독교인들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안식 후 첫 날)인 주일에 예배를 드리며 그리스도의 부활을 찬양하고 기념했다. 즉, 부활절이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큰 개념의 부활절이라면 주일은 7일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작은 부활절의 개념이다. 주일은 작은 부활절이다.
부활주일의 성례전
초대교회로부터 교회는 전통적으로 부활주일에 세례와 성찬예전을 거행하였는데 현대 교회도 이 전통을 따르는 교회들이 많다. 그렇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이번 부활절에 세례와 성찬을 거행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몇몇 목회자들은 필자에게 부활절에 온라인 부활절 예배를 드리며 온라인 성찬을 거행하는 것에 대해 문의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반응하는 목회자들의 현실적 고민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례전은 오히려 하나님의 자기주심의 행위인 성례전의 의미를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필자는 오히려 이 상황이 조금 잠잠해지면 부활절기 기간 안의 어느 주일에 온 성도가 교회에 모여 부활을 기념하면서 세례를 거행하고 성찬을 나누며 부활의 감격을 누리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부활절의 날짜는 연기되지 않지만 부활의 감격은 부활절기의 기쁨의 50일 내내 지속되며 또한 매 주일마다 예배를 통해 온 성도가 같이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