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부활절은 코로나19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침울한 가운데 맞게 됐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이 세상의 현실을 볼 때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느끼셨을 슬픔과 안타까움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이 감염병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강하고 많음을 자랑하던 수많은 세계 열강들도 이 작은 바이러스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어둠의 터널 속에 갇혀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가 선포하는 부활의 메시지는 어리석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부활사건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며, 예수님의 제자들과 사도 바울을 비롯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위대한 메시지다. 이 길만이 생명의 길이요 희망의 길임을 교회는 말씀을 통해, 그리고 삶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한다. 어떤 상황과 여건 가운데 있더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항상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소망을 안겨 준다.

부활은 관념이 아니라 실제적 사건이요 권세 있는 능력이다. 이 부활의 사건과 그 능력의 터 위에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세워져 수많은 순교의 피를 흘려가면서까지 오랜 시간 동안 생명의 역사를 이어왔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바로 이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믿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그리고 온 세상이 이처럼 어두울 때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이 부활의 능력을 밝게 드러낼 때이다. 교회가 그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려면 바로 이 부활 신앙에 대한 확신을 얻고 그 확신을 실천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흑암과 죽음의 권세를 넉넉히 이긴 바로 그 부활의 능력을 말이다.

부활의 능력은 어떤 행사가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거룩한 삶으로 드러나야 한다. 올해는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활절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진 못하지만 굳이 그러한 행사를 하지 않더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영광을 세상 가운데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기독교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 각계의 많은 이들을 섬기면서 절망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속히 이 땅을 치유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거룩한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부활의 능력을 드러내야 한다.

많은 교회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거나 현장 예배를 축소해, 부활절을 맞이하는 기쁨을 나누는 데에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사태를 잘 극복하면 부활의 기쁨을 우리 삶 속에서 더 크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고난의 기간 동안 우리 마음 안에 임재하시고 역사하시는 성령의 능력을 신뢰하고, 모든 성도가 다시 자유롭고 기쁜 마음으로 만나 교제할 그 날을 기대하길 바란다.

2천여 년 전 선포됐던 예수 그리스도의 그 승전보는 올해도 어김없이 성도들의 가슴과 이 세상 만방에 사랑과 희망의 빛을 전하고 있다. 예수 부활은 죽음이라는 가장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자리에서 대반전으로 선포됐다. 그 어떤 죄와 사망의 권세도, 이 세상의 그 어떤 악의 세력도 이길 수 없는 창조주 하나님의 권세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비록 어두울지라도, 부활의 주님은 분명 지금도 만유 안에 살아 역사하신다. 그 역사하심을 힘입어 부활의 메시지를 힘껏 선포하고 실천할 때, 마침내는 그 생명이 온 땅에 가득 차고 넘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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