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멈춘 교회당 마스크 공장으로 변신
필터 교체용 면 마스크 하루 600개 생산
월·목 1,000장씩 보급…가구당 2개씩 나눔

▲ 백송교회는 취약계층을 위해 수제 마스크를 제작,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사진은 백송교회 교역자와 성도들이 마스크를 만드는 모습.

“우리 지역 주민의 건강은 우리 교회가 지킨다.”

지난 3월 12일 오전, 인천 백송교회(이순희 목사) 내에서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들린다. 이순희 목사를 비롯한 부교역자와 성도 20여명이 팔을 걷어붙이고 면 마스크 제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이웃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 위해서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마스크 5부제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 지난 6일부터 교역자와 성도들은 성경 대신 재봉틀을 붙잡고 밤낮없이 필터가 장착된 수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백송교회에서 만드는 마스크는 세탁할 수 있는 면 소재로, 바이러스 차단효과가 있는 필터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 재사용이 가능하다.

필터 교체형 마스크 제작은 이순희 목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이 목사는 정전기 필터를 장착한 면 마스크도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가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필터를 교환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수제 마스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후 성도들에게도 동참할 것을 제안했고, 성도들도 흔쾌히 동의를 해 재봉틀 등 제작 시설을 교회당 내에 갖췄다. 재봉틀을 새로 사는 등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원단과 필터 등의 재료도 직접 구매했다.

이순희 목사는 “마스크 확보 전쟁 속에서 어르신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부족하지만 우리가 만든 면 마스크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스크 제작에 나선 교인 중에는 재봉 일이 처음인 경우도 있었지만 유튜브 등에서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을 보고 스스로 익혔다. 처음에는 실수도 있었지만 재봉틀을 활용해 옷을 만든 경험이 있는 한수산나 목사의 도움으로 재봉틀 사용법을 배웠다.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에 매달리면서 솜씨도 늘고 속도도 빨라졌다. 원단 재단과 마스크 끈 자르기, 코 받침 와이어 끼우기, 재봉, 포장 등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한쪽 그룹에서 재단 원본을 그리면, 다른 그룹에서는 재단을 자른다. 이후 5개의 재봉틀에서 마스크 재봉 작업이 이뤄진다. 그 다음은 필터를 넣어 정성껏 포장한다.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재봉틀이 멈추지 않을 때도 있다 이렇게 하루 500~600여 장의 면 마스크가 제작된다. 베이지 카키 체크 꽃무늬 등 다양한 종류의 마스크뿐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마스크도 있었다.

박진호 목사는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을 하지만 하다 보니 재밌다”고 말했다.

백송교회는 이렇게 만든 마스크를 대구와 지역 주민, 해외까지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지난 9일 대구 백송교회(김미리 목사)에 200장을 먼저 전달했다. 캐나다 토론토에도 인편을 통해 100장을 보냈다. 지역사회에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교회 앞에서 나눠주고 있다. 지난 12, 16일 각 1.000개의 마스크를 무료로 보급했다. 갈수록 호응이 커 마스크가 부족할 지경이다.

마스크를 받으러 온 주민 중에는 약국에서 사는 것처럼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거나 지갑을 여는 이들도 있었다. 목회자들은 “괜찮다”며 한 가구에 2개 씩 나눠줬다. 행여나 전도를 목적으로 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중복 수령을 막기 위해 이름 외에는 일체 개인정보를 적지 못하도록 했다.

무료로 배포한다고 마스크의 질이 나쁜 것도 아니다. 마스크 품질은 일반 공장 제품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면 마스크지만 KF 80 수준의 필터도 7개를 같이 제공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역자들은 친절하게 사용법을 설명했다.

“겉의 천은 빨아 쓰셔도 되고. 마크 속 하얀 것은 필터인데, 필터가 오염이 되면 빼내고 다른 필터로 교환하시면 돼요. 이 속에 필터가 7개가 들어 있어요.”

이날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찾아온 30대 주부는 “여러 약국을 전전하며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도 마스크를 사지 못했는데 교회에서 무료 나눔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면서 “디자인도 예쁘고 필터로 갈이 끼울 수도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경애(57세 서창동) 씨도 “공적 마스크를 구하려고 약국에서도 몇 번 갔었는데 다 공치고 그냥 돌아왔는데 교회에서 나눠준다고 해서 백송교회에 왔지요”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백송교회는 인천뿐만 아니라 보령 수양관에서도 마스크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한국 백송교회의 소식을 들은 미주 엘에이(LA) 백송교회(김성식 목사)도 미주지역 마스크 품귀현상에 보탬을 주기 위해 수제 마스크에 제작에 나선다.

365일 드리던 예배는 멈췄지만 이웃을 향한 백송교회의 이웃을 향한 따뜻한 사랑이 코로나19로 꽁꽁 언 사회를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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