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신 살린 현대식 디자인
자연채광 본당 은총의 공간, 실용적기능 전망 탁월

▲2003년도에 건축된 상주교회는 기능성과 실용성,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0년 역사를 간직한 상주교회(조양남 목사)는 외향적인 교회건축의 틀을 깼다. 그 흔한 첨탑도 있지 않고, 아치 모양의 창문도 없다. 단순한 십자가 이외에는 기존의 교회당 코드를 찾을 수 없다. 너무 전형적인 교회당은 지역주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의 모습은 가능한 교회당처럼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 대신에 기능적인 면에서는 경건성과 상징성 등 교회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모습보다는 중소도시인 상주와 어울리고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부분을 강화한 것이다. 그렇다고 건축학적으로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밝고 깨끗한 외부가 인상적이며, 주변 자연 전망을 화폭처럼 바라볼 수 있는 내부 구조도 독특하고 신선하다.

2003년도에 건축된 상주교회는 유기적으로 연계된 기능성 구조와 실용적인 공간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건물 안에 대예배실 등 예배공간과 다양한 교육관, 문화 공간, 사택 등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교회당 가운데 탑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예배 공간, 왼쪽은 문화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성(聖)과 속(俗)을 구분하면서 성과 속이 상호 조화되도록 꾸민 것이다.

▲교회의 연결통로 역할을 맡은 로비 홀.
교회로 진입하면 좌측에는 땅의 모양에 맞춰 디자인된 곡면의 볼륨이 있는데, 1층에는 주민들을 위한 무료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카페에서는 주민들이 차도 마시고, 인근에 있는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쉬기도 한다. 특히 이곳엔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문화예술을 쉽게 향유 할 수 없는 지방 도시민을 배려해 문화, 예술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갖고 미술품도 감상할 수 있어 인기다.

곡면 볼륨의 2층과 3층은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사택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교회 홀과 연계가 되어 있어서 때론 사택도 개방될 수 있도록 했다. 큰 볼륨 우측으로 대예배실과 식당, 교육관을 비롯한 다양한 공간이 각기 서로 다른 기능에 맞도록 디자인되었다. 식당은 세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주변 전경을 향해 열려 있고, 성가대 연습실은 예배실과 직접 연결되었는데, 연결계단은 밖으로 원통처럼 튀어나와 독창적인 외부형태를 연출한다. 이밖에 목양실과 제자훈련실, 새신자실 등이 중앙 홀과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효율적이다.

대예배실은 단순평면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자연광을 천정 속으로 유입하여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조명을 켜지 않아도 은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특별한 장식이 없어도 자연광을 통해 조성된 예배실은 그야말로 은총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강대상과 장의자도 기존의 것이 아니라 예배당 분위기에 맞도록 특별하게 제작됐다. 또 빨간 바탕으로 칠해진 성가대석이 눈에 띄며, 예배실 정면이 아닌 측면에 있는 성찬상은 평상시에는 꽃꽂이 받침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 역시 기능성을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본당은 음악회나 연극 등 문화공연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교회당 건축 이후 크고 작은 지역문화 행사가 이곳 본당에서 열렸다.

상주교회당의 특징은 여러 기능들의 방들을 효과적이고도 자연스럽게 연결 짓는 로비 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홀은 수평적으로 사택이나 카페 같은 일상의 공간과 건너편에 위치한 예배공간을 분리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연결했다. 수직적으로도 1층 입구부터 예배실, 꼭대기 기도실까지를 관통하고 연결 짓는 역할도 한다. 다양한 복합건물 속에서 경계와 연결의 조화를 통해 서로 다른 공간이 각각 한데 어우려져 효과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하나된 그리스도의 지체의 삶을 상징하기도 한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브리지와 계단, 매달린 볼륨이 독특한 아름다움도 제공하고 있다.

▲자연광을 천정 속으로 유입하여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만든 상주교회 대예배실 모습.

상주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내부에서 주변 자연과 도시의 전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건물은 아니지만 식당이나 홀, 계단 등 어디에서도 논과 도심 등 바깥 전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여러 기능을 가진 다양한 형태의 유리창과 돌출부로 내부와의 소통과 채광, 예술적 특징을 자아내게 했다. 마치 내부에서는 외부 풍경이 액자에 담겼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상주교회는 이처럼 풍성한 공간과 전망이 좋은 시설을 갖췄지만 검소한 재료와 평범한 공법을 통해 저렴하게 시공했다. 그만큼 교회의 부담이 적었고, 건축의 효율성도 높아 ‘쓰면 쓸 수록 잘 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양남 목사는 “농촌목회를 하면서 고풍스러운 모습보다는 접근이 쉽고 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건축했다”면서 “쓰면 쓸수록 좋다”고 말했다.

상주교회는 겉보기에는 교회당 같지 않지만 실용적이고 지역 친화적인 교회당의 모습으로 척박한 상주지역의 복음화 터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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