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향한 신뢰도가 좀처럼 향상되지 않고 있다. 기독교계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 7일 일반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3.9%가 한국 교회 신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별로나 전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나 약간 신뢰한다’고 답한 이들은 31.8%에 그쳤다. 목회자의 신뢰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불신이 68%에 달했다. 종교별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는 가톨릭 30.0%, 불교 26.2%, 기독교 18.9% 순이었다.

이런 수치는 질문항목이 지난 조사와 다소 변화가 있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지금까지 기윤실의 6회째 조사 결과 기독교와 목회자의 신뢰도가 사회의 다른 영역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으며, 바닥 수준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을 묻는 질문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응답자들은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에 대해 불신이 65.3%인 반면, 신뢰는 32.9%의 응답률을 보였다.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세상 여론에 대해 많은 교인들은 ‘일부 교회’의 문제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65%를 넘는다면 이는 일부의 문제라고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우리사회에서 기독교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교인 개개인의 뼈저린 각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교육과 의식수준이 향상되고 사회에 대한 불만지수가 높아지면서 우리사회 어느 분야든 만족할만한 신뢰를 얻는 것은 지난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웃 사랑’을 최고의 실천 덕목으로 삼는 기독교의 신뢰가 해마다 하락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인 개개인의 회개와 반성을 요구하는 한국사회의 준열한 목소리라고 들어야 마땅하다.  

이런 조사결과는 기독교계의 세속화된 물질주의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조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한국교회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개선점으로 ‘불투명한 재정 사용’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런 반면 응답자들은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종교’로 기독교를 꼽고 있다.

아주 상반돼 보이기 때문에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이런 조사결과는 한국교회가 금전과 물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비춰주는 차가운 거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응답자들은 기독교의 섬김과 사회봉사는 인정하되 재정이 투명하게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베풀기는 잘해도 그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는 데에는 인색한 것이다.

현대인의 삶은 누구나 물질에 얽매이게 마련이다. 그럴수록 기독교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맘몬주의로부터 자유스러워지라고 가르친다. 봉사는 잘 하지만 신뢰하지는 않는 것, 물질은 풍부하지만 사용은 투명하지 않다는 것, 이것이 오늘의 한국교회가 반성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독교가 타종교보다 성장가능성이 크다거나 활발한 봉사활동을 전개한다는 것은 현대사회에서의 기독교의 장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물질주의와 구별이 어려운 성장이라면 더 크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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