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영 목사
검정색 제네바 가운(Geneva gown)은 제네바에서 교회개혁을 이끈 장 깔뱅이 기원이다. 깔뱅은 사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제복이 없었다. 그는 대학에서 검정색의 학위복을 입고 말씀을 가르쳤다. 검정색 옷은 학생들의 외출복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검정 옷은 가르침과 관련되어 판사와 교수 등 가르치는 자와 가르침을 받는 자 모두 입게 되었다.

유럽의 대학생들이 입던 긴 가운 모양의 검은색 외출복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프린스턴대학에서 학위복으로 표준화되었다. 이것이 120년 전 선교사들에 의해 한국교회에 전해졌고, 해방 후 개신교 목회자들의 예복으로 굳히게 되었다. 검정색 제네바 가운은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의 예복이 아니다. 유럽 대학생들의 외출복이고 미국 대학생들의 학위복이다.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세계교회가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목회자의 예복은 흰색의 알브(alb)이다. 알브는 발목까지 덮는 흰색의 긴 옷이다. 알브의 기원은 예수님이다. 예수께서 부활을 예고하신 변화산에서 예수께서 입으셨던 옷은 빛나는 ‘흰 옷’(막 9:3)이었다. 부활하신 예수님 곁에 나타난 천사가 입었던 옷도 ‘흰 옷’(막 16:5; 요 20:12)이었다.

부활하신 후 승천하시는 예수님 곁에 천사들도 ‘흰 옷’(행 1:10)을 입었다. 계시록에 고난을 이겨낸 성도들(계 3:4, 5, 18)과 하나님 나라에 입성한 성도들의 복장도 ‘흰 옷’(계 4:4; 7:9)이었다. 부활의 상징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다. 빛의 색은 흰색이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주님의 날(계 1:10)에 예배를 드리던 초대 그리스도인들에게 흰 색의 예복은 당연한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알브는 교회의 가장 초기부터 사용되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AD 150-215)는 성직자의 의복이 ‘단순한 흰색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터툴리안(AD 160-225) 또한 염색한 옷이 주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복음이 유대에서 헬라세계로 넘어갔을 때에도 성직자들의 ‘흰 옷’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헬라 세계에서 흰색은 ‘신들의 색깔’이었기 때문이다.

헬라문화를 계승한 로마에게로 흰색의 전통은 이어졌다. AD 330년 콘스탄틴 황제에 의하여 기독교가 국교로 승인 되면서 감독과 사제와 집사의 옷에 구분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기본적인 알브는 변하지 않았다. 평신도들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몸으로 경험하는 침례를 받을 때, 흰 옷을 입었다. 가타콤의 프레스코 벽화에도 성직자들은 알브를 착용하고 있다. 제4차 카르타고 공의회(c. 398)에서도 성직자의 알브 착용을 말하고 있다.

알브 착용은 중세에도 계속되었다. 818년에 쓰여진 라바누스의 책인 「성직자 임직에 대하여」에서도 알브는 성직자 예전복으로 언급되었다. 종교개혁자들은 천주교의 화려해지고, 값비싼 예복(캐삭), 아미스, 채스블, 성직자의 깃, 코타, 서플리스, 라밧 등을 개혁의 정도에 따라 간소화했으나 알브를 버리지는 않았다.

알브는 시간이 흐르면서 길이에 따라 장백의, 중백의, 소백의로 구분되었다. 대, 중, 소 나눠지는 실용적인 변화였다, 알브는 지금까지 예배 인도자 목회자의 전형적인 복장이다. 흰색의 알브에는 부활, 거룩, 청빈, 자기부인, 정결, 순전함의 의미들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 비예전적 개신교보다 예전적 개신교에서 갖추어진 복장을 주장한다. 하지만, 비예전적 개신교라도 최소한 주일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들은 흰 옷을 입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부활의 날인 주일에 장례식의 검은색 제네바 가운을 입고 예배를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검은색은 가운은 사순절 평일이나 장례식에 적합한 옷이다.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예배를 집례 하는 개신교 목회자의 예복으로 가장 간단한 형태를 추천하고 싶다. 흰 옷인 알브, 알브를 허리에서 묶는 끈, 싱크츄어(cincture), 그리고 교회력에 따라 색상을 달리하며 목에 걸치는 영대(stol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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