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겨울에는 별다른 추위도 없었는데, 이제 봄이 온다는 신호가 들릴 무렵인데 나라가 온통 얼어붙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 집은 문을 닫고 학교는 개학을 연기하고 있다. 식당과 극장들은 텅텅 비고,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은 예외없이 발길이 끊어졌다. 마침내는 어느 교회가 주일예배를 드리지 않고 ‘온라인’ 예배를 권면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 그동안에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원인이다. 치사율이 얼마인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 바이러스의 전염 속도는 느슨한 방역대처의 틈을 비집고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 1000만의 중국 대도시 우한의 모든 교통이 봉쇄되어 유령도시화했다는 보도가 이 땅의 사람들의 가슴을 얼어붙게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주일, 많은 교회들이 교인들에게 악수 대신 목례로 인사를 나누라고 당부했다. 동시에 안내원들이 세정제로 손을 닦도록 권유했다. 평상시와 다른 교회의 모습에 당혹한 어느 교회학교 어린이가 선생님에게 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하나님이 만들었나요?”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 내용은 들은 바가 없어 소개하지 못하지만 예배드리려고 교회를 찾는 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제공자를 궁금해하는 아이의 마음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 재레드 다이아몬드에 의하면 유럽인들이 남북아메리카와 남태평양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총과 금속이라는 유럽 과학문명의 힘이 그 밑바탕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보다는 남북아메리카와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은 전혀 갖지 못한 면역성, 유전적 저항력의 틈새를 뚫고 들어온 유럽의 병원균이 그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것이 주원인이다. 그 병원균으로 콜럼버스가 도착한 이후 신세계의 인구는 한두 세기에 걸쳐 95%가 사라지는 비극을 겪었다.

▨… 우리나라의 많은 목사들은 미국을 기독교국가라고 부른다. 국교를 세우는 체제의 사회가 아님에도 자유를 갈구한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이기에 하나님께서 복주신 나라라고 그 이유를 댄다. 과연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도 하나님이 만들었나요?”라고 묻는 어느 어린이의 질문에는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이 하나님의 뜻일 수 없듯이 마야나 잉카인들의 멸절이 하나님의 섭리일 수는 없음은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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