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벽두에 아주 독특한 외신뉴스를 접했다. 1월 3일 미 국방부가 미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의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이 공습을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공격한 것과 2019년 K-1 공군기지를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이 뉴스가 독특한 것은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치른 적대관계이며, 미국과 이라크도 전쟁을 치른 적대관계인 상태에서 이란 군 사령관이 이라크 공항에서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점에 있다. 현대전에서 패배한 나라가 얼마나 참혹하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라크와 이란은 1980년부터 8년간 전쟁을 치른 나라다. 아랍 문화권을 대표하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페르시아 문화권을 대표하는 이란이 혁명으로 혼란에 빠지자 지역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전쟁을 개시했다. 단기전을 예상한 이 전쟁은 의외로 장기화 됐고 승자 없는 전쟁으로 기록됐다.

이후 사담 후세인은 쿠웨이트를 기습 점령했다가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공격(걸프전)으로 1991년 2월 패배하여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미국은 2003년에 이라크가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 전을 재개해 결국 2006년 후세인을 제거했다.

그 후 이란인들이 이라크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2014년 6월 시리아와의 국경에서 IS(이슬람국가)가 몰려오는 모습을 보고 이라크는 미국의 지원을  직접 요청했지만, 미국이 공중 폭격을 지원하는 데는 3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이란은 24시간 만에 트럭에 사람과 물자, 무기를 싣고 와 바그다드를 지키는 데 도와주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의 준동을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이라크는 촌각을 다투던 당시 이란을 의지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거의 없었다. 서쪽 이라크와 1,440㎞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이라크를 통해 시리아와 레바논으로 연결되는 육상 통로를 얻었다. 이라크 민병대(PMF)는 IS를 격퇴한 이후 이라크 장악력을 계속 높여왔고 이라크 정치에도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에서 사망함으로써 이라크는 대리전을 치르는 전장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1월 8일 이란은 이라크 아인 알사드와 에르빌에 있는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 영토에서 대리전을 치르는 전쟁터가 돼버린 것이다.

이라크가 미국과 이란의 전장으로 변하면 이란과 터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와 미국 등 여러 나라들이 각축을 벌이는 악몽을 피해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라크는 이웃 나라인 시리아처럼 사실상 국가 와해 상태를 맞게 될 것이다.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각각 최소 수백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내외를 표류하고 있다.

전쟁에서 패하면 곧바로 주변세력들의 각축장이 되고 마침내는 여러 세력들이 전쟁을 치르는 대리전의 전장이 되며, 국가가 와해 직전으로 몰린다는 것이 현대의 역사가 보여주는 전쟁의 교훈이다.

지금 북한은 계속적으로 평화적 국제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현대의 역사는 패전국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끝장나는가를 이라크의 경우를 통해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불가피할 경우 침공을 회피하지 않는 나라다. 지구촌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계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는 북한은 국제적인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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