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우 목사
야구팀이 승리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좋은 선수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에 빌리 빈이 단장으로 부임했는데요.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규모가 큰 구단은 아니었죠. 당연히 예산도 적을 수밖에 없었고, 빌리는 최고의 올스타 선수를 사 올 수 없었습니다.

승리를 향한 간절함은 남들이 보지 못한 걸 보게 하죠. 메이저리그 팀 중에서 ‘세이버매트릭스’를 최초로 활용합니다. 당시 ‘타율’이 높은 선수만 높게 평가하던 상식을 깨고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사왔어요. 2002년 오클랜드는 아메리칸리그 최다 20연승으로 미국의 여름을 달궜습니다. 이 감동의 스토리를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는 저서 「머니볼(Moneyball)」에 담아냈어요. 빌리 빈 덕분에 ‘머니볼’은 이제 대부분의 야구팀에서 사용합니다.

같은 해,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아시아 최초로 4강에 오르는 신화를 씁니다. 작고 왜소한 몸을 가진 한국인 수석 코치가 있었는데요. 숨은 공로자였지만 히딩크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죠. 박항서입니다. 17년이 지나 잊혀질 즈음, 베트남 축구팀을 동아시아컵 우승으로 이끌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렇게 탁월한 리더를 만날 때 지구촌은 ‘리더십’에 주목합니다.

리더는 시대, 사람, 경기, 문화, 역사를 탓하지 않아요. 열정, 지혜, 간절함으로 승리를 이뤄냅니다. 성공의 결과와 보상은 반드시 구성원에게 돌립니다. 승리로 이끈 리더는 결핍을 기회로 보죠. 관점이 달라요. 누구도 보지 못한 것을 봅니다. 빌리 빈은 ‘출루율’이었죠. 히딩크는 ‘체력’이었어요.

한국 축구가 유럽 팀에 비해 기술과 체격에서 밀리는데, 그건 단기간에 끌어 올릴 수 없습니다. 단기 처방전으로 체력 훈련에 집중했어요. 박항서 감독은 성격이 급하고 잘 삐칩니다. 세련된 화술과 세상을 헤쳐나갈 처세술도 없었어요. 그래서 ‘B급’이란 평가가 늘 따라다녔죠. 하지만 촌놈의 뚝심과 진정성이 베트남에서 마음으로 통했습니다. 박항서는 ‘B급’이 어떻게 ‘특A급’이 됐는지 스스로 보여줍니다. 바로 공감과 소통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세상 모든 리더십은 비영리 법인 대표에게 배우라’고 했는데요. 교회는 비영리 법인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신비한 공동체입니다. 여타 공동체에는 구성원의 입회를 위한 최소한의 자격과 요건이 있지만, 교회는 그럴 수 없어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사람까지 포함합니다. 구성원을 특정할 수 없죠. 이런 이유로 갈등이 생기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다양해도 너무 다양한 처방전을 냅니다.

세상은 밤새 싸우고 새벽에는 잠이라도 들지만, 교회는 밤새 싸우고 새벽에 기도하고 새 힘 받아서 더 열렬히 싸웁니다. 진영이 나뉘고, 나름 주의 영광을 위한 ‘거룩한 전쟁’을 치룹니다. 갈등과 분열의 책임은 리더에게 있지만, 그 리더십을 바꾸기도 쉽지 않아요. 바꾸려다 오히려 헤어 나오기 어려운 미궁으로 빠지기 일쑤입니다.

느헤미야가 52일 만에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 후, 단호한 종교개혁을 단행하고 페르시아로 돌아갔습니다. 며칠이 안 돼 대적 도비야를 위한 공간을 성전에 만들고 그를 들입니다. 상상이 안가는 대목이지만 사실이었어요. 리더십의 부재는 혼란과 타락으로 이어집니다. 느헤미야는 돌아와서 단호한 개혁을 단행합니다.

‘리더십은 모든 것이다.’ 이 명제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가정, 교회, 국가에서 리더십을 대신할 것은 어떤 것도 없습니다. 주님의 제자훈련도 영적인 리더를 세우기 위함이었어요.

존 맥스웰은 “공동체는 리더의 수준 이상으로 자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교회는 지구촌에 존재하는 어떤 공동체보다 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리더십을 생각할 때입니다. 리더십의 영향력입니다. 하루아침에 주어지지 않죠. 리더에게는 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습니다. 오늘부터 부족한 리더십 노트를 지면을 통해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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