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현대문학사에서 ‘요절한 천재’로 일컬어지는 아쿠다가와 류노스케(1892~1927)의 수필 가운데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논리의 비약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을 마음껏 비웃어 주는 내용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큰 바람 불면 목통장수가 기뻐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상식의 틀을 깨는 아쿠다가와의 엉뚱한 논리의 비약은, 지금 그 글을 읽고 있는 네가 그런 류의 논리비약을 선호하는 인간은 아니냐고 자문하게 한다.

▨… 그 내용을 조금 따라가 보면, 바람이 크게 일면 먼지가 많아진다. 먼지가 많아지면 눈병 앓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중에는 맹인도 생긴다. 맹인이 많아지면 당연히 안마사가 많아진다. 맹인들은 피리를 불며 호객행위를 하는데 그 피리는 고양이의 배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피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고양이를 많이 죽여야 하고 고양이를 죽이니 쥐가 창궐하고 그 쥐가 목통을 갉아먹으니 목통이 잘 팔려 목통 장수가 기뻐한다는 것이다.

▨… 천연덕스럽게 자기 논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아쿠다가와는 그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무언의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이 괴변이라면, 이 논리가 이미 내세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외골수의 억지라면, 당신의 삶은 이런 괴변 또는 억지가 세운 결론에 이미 함몰되어 있지는 않은가 하고 자문하게 하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 지공거사(지하철 공짜 탑승자)들은 요즘도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목청껏 외치는 소리를 심심찮게 듣는다. 저렇게 해서 전도가 될까 갸웃거려지지만 자신도 모르는 논리 전개없이 너무도 당연한 결론만 외치니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진다. 살든지 죽든지 십자가의 도만 전하겠다던 분들이 자기 욕심에 함몰되어 괴변만 늘어놓다가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의 결론은 잃어버리고, 큰 바람 불어 목통장수가 기뻐하는 결론에만 집착하여 목통 매매에 정신줄 놓는 한국교회는 아니라고 뉘라서 단언할 수 있는가.

▨… 교단의 미래를 새로 열기 위해 총회본부 건물을 새로 건축하자는 방안이 재건축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중요한 사안이니 교단의 중지를 모으는 지혜가 필요함을 교단지도부와 재건축연구위가 모를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감놓아라, 배놓아라를 즐겨하던 이들이 큰 바람 불면 목통 장수가 기뻐한다는 논리를 따르려 하는 듯, 엉뚱한 결론부터 제시하려 할까 염려한다면 걱정도 팔자라고 꾸짖음 당할까.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힘을 합하여 목통장수가 기뻐할 길만은 피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 십자가의 길을 인간의 힘만으로 세울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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