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표현하는 문자들 가운데 유독 사람을 가리켜 인간이라고 하였습니다. 바위(石), 나무(木), 물(水), 해(日), 달(月), 별(星), 개(犬), 호랑이(虎), 고양이(猫) 등을 독립적인 문자로 표현하는데 사람(人)에 대해서는 인간(人間)이라는 입체적 표현을 사용합니다.

원래 사람을 뜻하는 문자(人)는 걸어가는 모양을 옆에서 그린 상형 문자입니다. 팔과 다리를 그린 원래의 모양이 변으로 쓰는 문자()에 더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그와 같은 모양이었다가 점점 팔과 다리의 길이가 같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단순히 인(人)이라 하지 않고 굳이 인간이라고 표현한 까닭이 있습니다. 사이(間)를 뜻하는 문자를 덧붙여 부르는 까닭은 세상의 수 많은 존재들 가운데 사람만이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김춘수는 그의 시 ‘꽃’을 통하여 인간의 관계적 의미를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하늘과 땅 사이에(空間), 과거와 미래 사이에(時間), 이 사람과 저 사람 사이에에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땅을 딛고 살면서도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섬김으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인간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나를 불러주신 사건입니다. 현재를 살면서도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미래의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 인간입니다.

자신의 본능에 매이지 않고 나와 만나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이와 더불어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랑을 가진 것이 사람입니다.

인간을 통하여 하늘과 땅이 만나고,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변화시키며 꿈같은 미래가 현재를 상대화시켜 소망으로 살게 하는 것이 시간의 신비입니다.

동물은 공존(共存)하지만 사람은 다른 이와의 관계로 슬퍼하기도 행복하기도 하며 공생합니다. 삶은 삼간(三間)에서 이름을 불러 주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만나는 이에게 의미가 되고 싶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공간과 시간 속에 인간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나의 이름을 불러 주신 사건이며 믿는 이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관계를 알게 하신 사랑의 눈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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