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 불모지 스포츠 꿈나무들 특별한 성탄 선물
루지 아시아대회 출전…국제스포츠인선교회 후원

지난 12월 7일, 필리핀과 태국, 네팔에서 온 여섯 명의 동계 스포츠 꿈나무 선수들이 부푼 마음을 안고 인천공항에 발을 내디뎠다. 오는 12월 21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5회 루지 아시아선수권대회 이벤트 경기에 초청된 청소년들이다.

겨울 스포츠의 불모지에서 자란 이들에게 얼음 위를 달리는 ‘루지’는 난생 처음 접하는 신세계였다. 이들은 한국에 초청받아 루지를 배우고 대회도 참가하게 된 건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남아시아의 동계 스포츠 꿈나무들이 공식 훈련에 앞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새로운 ‘꿈과 희망’ 품은 루지 꿈나무
필리핀에서 온 제레미 프란시아(20살)는 필리핀에서도 극빈층에 속한다. 때문에 꿈과 비전을 생각해 본적도 없이 살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막노동도 해봤고요.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가족과 함께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그저 하루라도 굶지않는 것이 중요했죠.”

하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을 창피해 하지는 않았다. 필리핀의 영웅 매니 파퀴아오(복싱선수, 현 국회의원)처럼 자신도 훌륭한 루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루지’를 배우러 한국으로 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농담을 하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한국에서 루지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지금은 이벤트 경기에 참가하는 초청선수 신분이지만, 언젠가는 꼭 필리핀 루지계의 매니 파퀴아오가 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꿈이 없던 제가 한국에 와서 꿈을 꾸게 됐어요.”

네팔에서 온 산토스 소나르(17살)도 이번 한국 방문으로 큰 꿈을 갖게 됐다. 루지를 통해 가난한 조국 네팔을 부유한 나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비전이 생긴 것이다.

소나르는 “지금은 처음 단계지만, 꼭 훌륭한 선수가 되어서 성과를 내고 나중에는 네팔에 루지연맹을 설립하고 싶다”는 소망을 고백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상비군의 훈련에 참관한 뒤 모의 훈련을 거쳐 실제 트랙훈련에 돌입했다.

“선물로 찾아온 기회, 놓칠 수 없어요”
얼음 위에서 진행되는 루지 훈련은 동남아에서 건너온 이들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다. 태국에서 온 파챠라폰 탄타락(16살)은 “처음 맛보는 추위에 손과 발이 얼어 움직이기도 힘들었다”며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전에 참여하겠다고 했던 게 후회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섯 청소년들은 매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를 오가며 추운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렸다. 강원도 평창의 강추위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입김을 불어가며 맹훈련을 펼쳤다. 탄타락은 힘들 때마다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동계 스포츠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어떻게든 추위를 이겨내고 훈련과 대회를 마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KHN 등 우리교단 헌신 돋보여
꿈나무 선수들이 한국에 오기까지는 한국교회의 역할이 컸다. NGO 단체 코리아네이버스(이사장 이정익 목사, 이하 KHN) 산하 국제스포츠인선교회(회장 이형로 목사)가 ‘아시아 스포츠 꿈나무’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스포츠 선교를 펼친 것이다. 특히 우리교단 소속 교회들의 기도와 물질의 헌신이 가장 많았다. 청소년들의 왕복 항공료와 체류비, 다양한 기획 행사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우순태 KHN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레슬링) 선수도 1976년 제21회 몬트리올올림픽 당시 재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캐나다 선교사들이 도움을 주었고, 양 선수는 레슬링 자유형 62kg급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며 “타국 선교사들에게 받은 따뜻한 사랑을 다시 돌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현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니어상비군 코치가 동남아 여섯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

“성탄선물로 받은 은혜 갚을게요”
거짓말처럼 느껴졌던 3주간의 한국 일정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남아에서는 루지 훈련을 이어갈 수 없으니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전하기도 했다.

자신들을 도와준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캐나다의 도움을 받았던 한국이 수십 년 후 자신들을 도와준 것처럼, 언젠가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어른이 되겠다는 의젓한 말도  했다.

“가난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하지 못할 경험을 했어요. 이번 초청에 함께한 수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이번에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잘 간직해서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도 한국 사람들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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