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죽는다. 인간의 죽음의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 심장사로 볼 것인가, 뇌사로 볼 것인가. 전통적으로 심장의 박동이 멎고 호흡이 정지되어 심폐기능이 끝나는 시점인 심장사를 인간의 죽음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의학기술이 발달되어 장기이식이 가능해 짐으로써 뇌사를 인간의 죽음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뇌사의 문제는 1967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버나드(Christian Banard)박사가 인류 최초로 심장이식수술에 성공을 거둔 후, 죽음의 정의(定義)로서 심장사와 뇌사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듬해 1968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뇌사판정을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뇌사를 사망 개념으로 인정하였다.

세계적으로는 1971년 핀란드에서 최초로 법적 죽음으로 공인 된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3년 대한의학협회의 ‘죽음의 정의 특별위원회’에서 뇌사를 사망개념으로 인정하였고, 1988년 서울대학병원에서 뇌사자로부터 간을 적출하여 간이식수술을 하였으며, 2000년 2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시행령’ 이 제정됨에 따라 합법적으로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적출하여 장기이식을 하게 되었다.

뇌사란 모든 뇌의 기능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되는 불가역적(不可逆的)상태로서 대뇌, 소뇌, 뇌간의 전체기능이 소실된 것을 의미한다. 뇌사상태에서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여야한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 호흡이 가능하여 맥박이 뛰고 생명이 일시적으로 유지되나 보통 7일 이내에서 최장 14일 이내 소생하지 못하고 심장이 멎게 되어 반드시 심장사에 이른다.

뇌사는 기억, 사고, 감각능력을 하는 대뇌만 손상된 식물인간과는 구별된다. 식물인간은 호흡, 순환, 대사기능 등 기본적인 생명활동을 주관하는 뇌간은 살아있어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지 않고도 수개월 혹은 수년 이상 장기간 살아 있을 수 있고 소생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뇌사자는 다시 소생할 수 없다. 뇌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뇌사자에게서 콩팥, 간, 폐, 췌장, 심장, 골수, 각막 등 7개 장기를 적출하여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장기이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사를 인정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양시키는 것이다. 반드시 심장사로 이어지는 뇌사자는 호흡이 끊기기 전에 그의 장기를 죽어가는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여러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면 환자의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유의할 점은 뇌사판정을 정확히 하는 것과 장기가 매매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시키는 것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사랑을 실천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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