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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론> 진리와 자유
[1208호] 2019년 12월 04일 (수) 16:50:28 조성호 교수(서울신대) webmaster@kehcnews.co.kr

   
     조성호 교수
기독교 역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래, 진리의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은 쉬지 않고 진행되었다. 특히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요한복음 8장 32절의 말씀은 비단 교회 뿐 아니라 수많은 대학들의 교훈으로 활용되었고, 교회와 대학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다중적인 기능을 발휘하는 모습도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이와 같은 진리의 대중화 속에서 기독교가 주창하는 진리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이며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를 통해 어떤 가치의 학습과 적용을 이룰 수 있을까?

요한복음에서 진리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알레테이아’(αληθειαν)는 ‘숨겨지지 않음’이라는 뜻을 지닌다. 즉 일반적인 선입견과 달리 진리는 처음부터 참과 거짓 또는 옳고 그름 등의 윤리적 차원을 수반하거나 일반인들이 도달할 수 없는 특수한 지식을 나타내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을 통해 계시된 기독교의 진리는 모든 이들에게 숨겨지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실존하는 모든 이들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보편성의 형식을 지닌다. 따라서 진리는 소수 철학자나 수도자 등에게만 개방된 폐쇄적인 주제도 아니며, 감각적인 현실 세계와 분리된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관념도 아니다.

예수님으로 상징되는 기독교의 진리는 모든 이들의 평범한 삶에서 쉽게 발견되는 일상을 전제하며, 그런 이유로 진리는 특정 개인에 국한되지 않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계성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왜냐하면 평범한 이들의 소소한 일상은 타인들과 결부된 삶 속에서 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리에 관한 논의에 몰입하는 사람일수록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신비하고 배타적인 진리를 선호하지만, 이런 묵시나 신탁의 속성을 지닌 태도는 기독교의 진리와 무관한 무지의 소치이다. 결국 예수님과 동일시된 진리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삶의 본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특징은 점차 역사 뒤편으로 소멸되고 숨겨진 비밀을 탐구하는 역설적 교리가 주로 강조된 셈이다.

요한복음의 저자가 진리를 자유와 연결한 점은 기독교의 진리가 지닌 속성을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자유는 지배와 종속을 야기하는 주종 구조를 전제하며 기존 상황의 극적인 변화를 암시하는 까닭이다. 설령 자유의 속박이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진 심리적 모습일지라도, 자유는 자아의 다중적인 측면을 전제할 경우에만 성립할 수 있는 경험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관계성과 필요충분조건을 형성하는 자유와의 연결을 통하여 기독교의 진리는 철학적 사유와 추상적 관념에 국한될 수 없는 실천과 행위로 귀결될 개연성을 더욱 강화한다.

결국 요한복음이 제시하는 기독교의 진리는 언제나 ‘지금/여기’에서 벌어지는 실존적인 공동체의 아픔과 타인의 상처와 깊이 연관되며, 하나님과 인류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구체적 연대와 협력이 결여된 진리는 현학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한다.

진리가 지닌 기독교적 가치가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사는 진리를 철저히 신학적 이념과 특별한 지식으로 제한하는 오류를 범했다. 중세교회가 진리를 교회라는 기구와 연결된 종교적 행위로 오염시켰다면, 종교개혁 이후 왜곡된 칭의 이해는 진리를 자기계발을 위한 발상으로 폄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런 부작용은 한국교회의 불안한 현실에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높은 지성으로 무장한 현대인들이 교회를 떠나고 미래세대가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공감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예수님으로 성육한 기독교의 진리는 인류의 접근을 불허한 우주 먼 곳에 있지 않으며, 각 개인 앞에서 반복되는 이웃과 형제자매들의 아픔 속에서 성취된다. 고상한 이론이나 거창한 선동구호에 매료된 진리 담론은 실상 진리를 가장한 인간의 탐심에 다름 아니다. 이런 진리의 본래 의미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한국교회는 공허한 진리 담론만을 재생산하는 주식회사 기독교로 전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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