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진영논리에 빠져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청와대 앞은 물론 광화문 광장에 이르기까지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엇갈려 서로의 주장을 외치고 있다. 어떠한 타협이나 설득도 없이 ‘우리 진영’만 옳다고 외치며, 상대방의 주장은 철저히 짓밟아 버리고 있다. 

‘진영논리’는 말 그대로 특정 인물, 집단, 사물, 사건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그 대상이 어떤 진영에 속해 있는가’를 다른 것보다 우선시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자칫 ‘진영논리’에 빠지면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념에 따라 타인의 해석이나 생각, 성향은 전적으로 무시한 채 폄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쉽게 경험하고 있다. 불과 3년 전 광화문 광장은 정의를 외치는 국민들의 촛불로 뒤덮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고, 결국 사상 초유의 사태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국정농단 사태를 잠재우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것을 약속하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아 문재인 정부가 풍랑을 맞았다. 무려 80%를 웃돌았던 지지율은 한참 미치지 못했고,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는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 점수를 얻었다.

가장 공을 들였던 소득주도 성장으로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실업률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심했다. 결국 우리 경제는 IMF사태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게 됐다.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남북관계다. 하지만 이마저도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훈풍이 불기도 했지만, 북한은 이제 노골적으로 한국을 무시하고 북미회담에만 목을 매며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문 정부의 가장 큰 상처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실패 사태다. 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문 정부의 남은 임기는 순탄할 수도,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벌써부터 내년 4월 총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문제 해결이 어둡기만 한 기저에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진영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현 정부를 무조건 지지하는 측의 입김도 만만치 않다는 데에 있다. 오로지 양측 진영은 ‘우리 진영을 사수해야 한다’는 신념만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진영싸움 때문에 대한민국은 심각한 국론분열의 위기에 처해 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교회 역시 진영논리의 한 축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 연합기관 대표회장의 천막농성은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더 큰 문제는 대표회장과 신앙의 길을 달리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교회도 문 정부를 향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다’, ‘지지층도 국민이지만, 반대하는 측도 국민이다’라고 불만 섞인 목소리를 외치고 있는 데에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잘못이 있다면 과감히 지적은 하되, 이를 고쳐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저 진영논리에만 휩싸여 네편, 내편만을 고집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그것도 어둠에 빠진 백성을 위해 밝은 빛을 비춰야할 한국교회가 그 선봉에 선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는 진영싸움 끝에 나라가 파국으로 치달았던 조선왕조의 끝을 너무도 잘 안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통합과 포용사회를 구현하는 푯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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