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기 베라(Yogi Berra, 1925~ 2015)는 미국 야구의 전설이다. 뉴욕 양키스의 포수로 3차례나 아메리칸리그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고, 은퇴 후에는 명예의 전당에 그 이름을 올렸다.  그는 중졸 정도의 학력 밖에 없었으나 1996년 뉴저지의 몬클래어(Montclair)주립대학으로부터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래는 예전의 미래가 아니다” 등의 명언에 압축된 요기의 지혜는 요기즘(Yogism)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 그 ‘요기의 일화’ 한 토막, 어느 팀의 타자가 포수 요기 앞에서 가슴에 성호를 그렸다. 천주교 신자였다. 요기가 그 선수에게 말했다. “당신은 홈런을 위해 성호를 그렸겠지만, 나는 당신의 삼진을 위해 기도했네. 당신(가톨릭)의 하나님과 나(프로테스탄트)의 하나님은 같은 분이시니 오늘은 우리 하나님께서 스탠드에서 구경만 하시게 하세.” 그러나 상대 선수는 머리를 저었다. “하나님은 절대로 구경만 하시는 분이 아니야!”

▨… 이 일화가 사실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라는 ‘요기의 명언’도 사실은 요기가 처음 한 말이 아니라는 설도 있으니 그 진위 여부에 우리가 관심 쏟을 이유는 없다. 다만, 어떤 일에 손쓸 수 없을 만큼 양자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경우에 하나님은 내편이라는 주장은 정말 장려해야 하는 믿음일까, 아니면 깨뜨려야 하는 고집일까.

▨… 국론분열의 양상이 심각해지면서 “당신은 일베요? 당신은 좌좀이요?”라고 묻는 사람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네편, 내편을 갈라서 어느 편이 옳은지를 숫자로 증명해보려는 심리를 여당도, 야당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의 홈런을 하나님께서 편들어 주실 리는 없듯이 정치판의 숫자놀음도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성결인의 믿음 아니겠는가.

▨… 실없는 사람들이 묻는다. 문재인대통령은 가톨릭(세례명 티모테오)이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프로테스탄트인데 하나님께서는 어느 편을 들어주시고 있는 것인가라고… 이 질문의 답이 요기 베라와 어느 타자가 맞선 경우의 답과 같을 수는 없다. 적어도 한 나라 한 민족의 운명을 홈런 한 개의 자리에 대입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하나님의 뜻 앞에 인간이 겸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 하나님의 뜻은 우리 안에 살아있고 우리가 모르는 동안에도 역사하고 있다. 우리의 위정자들과 교단의 지도자들도 이 사실 앞에 겸손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