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법학회 세미나?-?항존직과 임기제 신임 투표제

최근 목사와 장로 등 항존직 임기제와 재신임 투표제도를 도입하는 교회가 증가하고 있다. 지교회 정관에 담임목사의 임기제 혹은 재신임 투표제를 명시해 실제로 투표를 통해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 교회도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대부분 교단들은 ‘헌법’에 항존직 임기제와 재신임 투표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목사와 장로의 사임은 노회(지방회)에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신임 투표제에 대한 지교회 정관과 교단의 헌법이 상충 또는 충돌되면서 벌써 분쟁이 일어난 교회도 있다. 앞으론 이 문제로 대립하는 상황이 더 잦아질 수 있다.

한국교회법학회(대표회장 이정익 목사, 학회장 서헌제)가 지난 10월 31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항존직과 임기제, 신임투표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은 문제에 대해 신학적, 법적인 문제를 검토했다. 

먼저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는 최근 사회법정에서 진행 중인 사건(대법원 2019다201457)을 바탕으로 ‘노회 위임목사와 개별 교회 신임투표제’에 대해 설명했다. 지 변호사는 “현재 법원은 교회정관이 총회헌법과 충돌함에도 ‘교회의 자유와 독립성’을 인정해서 ‘항존직 임기제’를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회 헌법과 상관없이 교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담임목사와 장로 등 항존직의 임기제와 재신임투표제를 정관에 명시했다면, 사회 법정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 변호사는 “담임목사가 임기제 및 재신임 투표를 거부하고 노회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회는 궁극적으로 교단을 탈퇴 또는 변경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결정을 관철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사회법의 관점에서 일반법원이 확립한 법리에 의하면 노회 위임목사에 대해 일정 사무기간이 지나면 신임투표를 거쳐 재시무를 하도록 규정한 지교회 정관은 유효하다”며 “그럼에도 이 정관은 ‘교단 또는 노회와의 관계’에서는 효력을 미칠 수 없으므로, 노회와의 관계에서 위임목사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정리했다.

교회법학자와 신학자 사이에서도 ‘항존직 임기제’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서로 달랐다. 안은찬 교수(총신대)는 “성경에서 목사직에 대한 임기를 규정하거나 재신임을 묻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하고 “도르트 교회법(신조)에 보더라도 목회자는 세속적인 직업을 가지지 못하고 성도들이 해임할 수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세미나에 일반인으로 참석한 박태현 교수(총신대) 역시 “교회가 총회의 헌법 안에 있어야 바로 설 수 있다”며 “교인들이 목회자를 선택하고 해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장로교회가 아니라 회중교회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항존직 임기제는 가능하고 교회갱신에 필요하다”는 신학자도 있었다. 위형윤 교수(안양대 명예, 한국학술진흥원 총재)는 개혁교회의 전통 속에서도 항존직 임기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교회 항존직의 본질과 임기제에 관한 연구’란 제목으로 발표한 위 교수는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는 목사가 교회에서 시무한 지 10~15년이 지나면 재신임을 받도록 했다”며 그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또 프랑스의 위그노개혁교회의 교회치리법에 장로(목사)가 평생직이 아님을 명시했고, 네덜란드 개혁교회도 장로의 임기를 2년으로 명시하고 매년 교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스코틀랜드장로교회 역시 장로의 임기를 5~10년 이하로 규정하고 안식년을 갖도록 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위 교수는 이어 “왜 지금 항존직에 대한 다른 이해와 임기제를 요구하는 지 돌아봐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급격히 부흥한 후 목회자의 자질에 대한 비판이 일상화된 오늘의 현실이 항존직 임기제 도입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병석 교수(서울장신대 외래)와 추일엽 교수(한신대 외래)도 항존직의 임기제 도입에 찬성했다. 추 교수는 “이미 당회원들과 성도들은 교단 헌법과 상관없이 임기제와 재신임 투표제 도입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며 “이제 교단에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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