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TV프로그램에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긴 이름의 예능프로가 있었다. 아는 게 많고,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 숙식을 함께하는 여행길에서 전문지식을 잡담 혹은 취담처럼 풀어서 들려주는 형식이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이라는 말이 성립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지러 들 요량이라면 처음부터 이 채널을 찾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화려한 말잔치가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 그 말잔치 예능프로의 고정출연자 중에 한 사람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김영춘 열린우리당의원이 공개편지를 통해 지적했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저토록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유 아무개씨의 말이 싸가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애오개의 관심사가 아니다. 김 아무개씨의 지적을 하나님의 종들에게 대입시켰을 때 아파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를 물어보고 싶을 뿐이다.

▨… 지금은 작고했지만 우리교단에서 이름깨나 알려진 목사님이 계셨다. 그분의 설교는, 조금 과장하면, 언제나 욕설로 시작해서 욕설로 끝이 났다. 그분의 신학동기들이 궁금해 했다. “저토록 은혜로운 하나님의 복음을 저토록 쌍욕으로 패대기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재주는 재주였다. 그분이 상스러운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어도 청중들은 연신 박수치며 아멘이라 소리쳤다.

▨… 옛사람들은 “교언영색, 선의인(巧言色, 鮮矣仁)”이라고 가르침을 주셨다. 듣기 좋은 말을 예쁘게 잘하고 얼굴빛을 잘 꾸미는 사람 중에는 어진 자가 적다는 뜻이다. 교언영색이 반드시 비난받아야 할 모습인가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짐(仁)의 부정적인 면이 교언영색에 있음을 지적한 가르침에는 하나님의 종들도 조금은 가슴이 뜨끔해져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 김 아무개 씨의 지적에 대해 유시민 자신도 “두고 두고 나를 가두는 올가미가 될 것이라며 특히 딸을 둔 아빠로서 아파했다”고 어느 논설위원이 밝혔다.(김순덕의 도발) 미수 허목이 자명비에 새겼다. “말은 행동을 가리지 못했고 행동은 말을 실천하지 못했다. 성현의 말씀을 즐겨 읽었지만, 허물을 고친 것은 하나도 없다.”(한글역, 정민)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우리의 전래속담을 하나님의 종들이 모를 리는 없을 터이다. 그래서일까, 하나님의 종들은 말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복음을 증거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강단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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