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후 79년, 로마제국의 휴양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탈리아의 남쪽 베수비오 화산은 끊임없이 폭발을 예고하고 있었다. 대재앙의 위험을 느낀 로마제국의 번성한 도시 폼페이의 사람들은 불의 신 불카누스의 노여움을 풀어주기 위하여 성대한 제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은 기어이 폭발했다.

▨… 베수비오 화산의 용암류와 화산재가 삼킨 폼페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훗날 플리니우스 2세가 역사학자 타키투스에게 보낸 편지가 없었다면 그 실상은 오리무중으로 감춰졌을지도 모른다. 6~7미터 높이로 쌓인 화산재와 용암에 불카누스 신전과 폼페이에서 가장 거대한 이시스 신전도 그 자리조차 찾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 1748년 베수비오의 화산재를 걷어내자 로마제국의 도시 폼페이와 함께 불카누스 신전과 이시스 신전도 다시 그 위용을 드러냈다. 그 가운데서 사람들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주저앉아 두 손을 얼굴 앞에 모으고 기도하다 그대로 화석이 되어버린 조각같은 모습의 사람이었다. 거절할 수 없는 운명 앞에 몸이 먼저 굳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마음을 비운 것일까.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겸손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하는 주검이 그곳에 있었다고 하면 비기독교적일까.

▨… 지난 10월 22일자 어느 일간지에는 가로 24cm, 세로 7.5cm의 제법 큰 사진 한 장이 게재되어 있었다. 그 사진의 특징은 어떤 사람이 보아도 한 눈에 확인되어지는 피사체들의 손모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상춘재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는 7분의 한국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인데 손이 보이는 분들은 모두 두 손을 배꼽 쯤에서 맞잡고 있었다. 대통령 말씀 경청을 드러내려는 무의식적 행태였을까, 아니면 청와대에서도 자신의 겸손을 드러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종교인의 심성 탓이었을까.

▨… 종교지도자들이면 누구 앞에서도 겸손해야 한다. 그것을 나타내고 싶은 사진기자가 계산한 결과라면 멋지게 찍었다. 그러나 그 사진의 두 손모음에서 폼페이에서 화석이 된 사람의 절절함이나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5)의 결의가 살짝이라도 엿보이게 할 수는 없었을까 하고 바란다면, 과욕일까. 그점에서 우리 총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은 차라리 다행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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