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유럽의 자연·교회 경이로와

검푸른 숲바다! 기내에서 내려다보니 질서의 나라 독일을 대변하듯, 조림나무들 정렬이 자로 잰듯하다.  ‘켈하임’에 가면 교회 종소리가 자주 들린다.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종을 친다. 종소리가 듣기 싫으면 이 땅에서 살지 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니 종소리와 함께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우리네는 소음이라 하여 사라졌는데….

‘로텐부르크’ 성안을 걷다 보면 또 다른 성문이 기다린다. 마치 동화마을로 들어가는 것 같다. 같은 듯, 아니 다 다른 색색의 건물들이 있고, 회똘회똘 골목길이라 정감이 간다. 독일 전통 복을 입은 인형, 온갖 예쁜 모양 빵들이 구미를 당긴다.

도나우강을 지나 모차르트의 도시 ‘짤즈부르크’를 향해 달렸다. 멀리 만년설을 덮은 알프스 한 자락이 그림인 듯 왔다 멀어진다. 하루쯤 묵어가고 싶게 풍경에 묻힌 목가적인 집들, 중세모습을 간직한 건물들, 한 장의 그림엽서다. 하이든, 슈베르트 베토벤이 있는 비엔나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낭만이다. 하지만 빈의 역사는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호령도 해보고 쓰라림도 겪어서일까. 의연하고 자부심 강한 그들의 역사를 보며 김부식의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란 말이 떠올랐다.

발칸의 숨은 보석 ‘슬로베니아’로 향했다. 절벽 위에 세운 블레드성을 관람한 뒤, 호수를 전망했다. 저 작은 섬을 어찌할꼬! 알프스의 눈동자 블레드 호수 가운데 빨간 지붕 교회가 새처럼 앉아있다.

지구의 신비는 어디까지일까! 경이로운 자연미술관 ‘포스토이나동굴’에서 뱉은 말이다. 석회암과 물의 화학작용으로 종유석, 석순, 등이 천장에 매달려 땅에서 탑처럼 쌓여 독특한 모양들을 만들어냈다. 100년에 1cm 정도 자란다니 동굴 속 모든 것들은 수백만 년 세월이 빚은 대자연의 예술품이다.

하나님이 숨겨놓으신 파라다이스인가.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호수 변을 걷다보면, 초록호수가 이어졌다 끊어졌다 끝없이 나타난다. 수많은 바위 틈새마다 하얀 물을 마구 토해낸다. 조물주능력을 찬양하듯 신비한 요정처럼 물길들이 흔들며 떨어진다. 에메랄드빛 호수에 마음을 담그니 어느 별에 서있나 싶다. 석회암과 백악질이 수천 년 세월을 지나 층층이 자연 댐을 만들고, 투명한 청록색 물감을 뿌렸다.

중세 귀족의 나라 체코는 붉은 지붕과 둥근 탑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년 백탑 건물들이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야경투어도 강렬했다. 프라하에서 주일을 맞았다. 예배가 그립다. 떠나보면 알거다. 예배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를…. 우린 이원희 목사님이 담임하는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차에 올랐는데 이 목사님이 인사 하시러 올라오셨다. 그런데 인사말을 하시다 우시는 게 아닌가. 나도 눈물이 주체 못하게 흘렀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눈물보다 진정한 언어도 없는 것을…. 보내는 이도 떠나는 이도 말은 안했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그 눈물의 의미를, 앞으로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할지를 알고 있었다.

여행 중이지만 예배중심 삶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장로님들이 돌아가며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마무리했다. 임원장로님들의 세심한 헌신이 감동이었다. 환희의 날들 너머로 관광지가 되어버린 유럽교회 건물들이 보이고, 프라하의 젊은 목사님이 보인다. 이번 여행에 또 하나의 성과라면 내 기도의 지평이 넓어졌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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