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봉 목사
지난해 12월, 은퇴한 후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학생 시절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반세기가 지나 배우게 되었다. 도복을 입고, 죽도를 들고 공격과 수비를 위한 발걸음을 배우고, 타격과 방어를 위하여 허리를 바로 세우고 손놀림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검술을 몸에 익힌다. 10개월 만에 호구를 쓰고 검도인의 모습을 보인다.

검도는 칼싸움이다. 칼의 역학적 원리를 응용하여 겨루기하고, 정해진 경기를 하며, 심판 교칙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격투기적 개인경기이다. 그러나 검도와 검술은 다르다는 것을 배우며, 인생의 지혜도 다시 배운다. 검도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 공격의 기회를 포착하는 시점, 상대방에 틈을 보이지 않는 자세, 상대를 얕보지 않고 자신에 대하여 과신하지 않는 겸손이다.

세상에는 싸워 이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나는 타인과 싸워 이기려고 검도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소년 시절에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나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노년의 때에 노인다운 멋(?)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서,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유지하고 싶어서 배우며, 여생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가운데 한 가지를 실행한 것이다.

수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속적인 훈련을 하여야 하지만, 나는 건강과 수양과 정신의 단련을 위하여 잘 선택한 운동으로 생각한다. 머리~! 손목~! 허리! 외치며 죽도를 내리칠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삶의 자리에서 쌓였던 내면의 스트레스를 순간에 날려버리는 묘한 기분도 든다.

목회는 사람을 얻는 기술(?)이 필요하며, 교회를 섬긴다고 표현을 하지만 공동체를 경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다. 온유와 겸손, 오래 참음, 거룩한 뜻에 순종하는 선택적 판단과 실천이다. 이는 경건의 훈련으로 체득이 되는 인격이다. 검도를 배우며 경건 훈련의 중요함을 다시 생각한다.

사범은 '검술도 중요하지만, 검도를 익혀야 합니다.’ ‘예의와 정도의 자세가 몸에 배어야 합니다.' '반복적인 훈련은 때가 되면 경지에 이르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가르침을 준다. 검도는 참 좋은 운동이다. 정도를 지키게 하는 마음가짐과 삶의 자세, 타인을 대하는 주의력과 세심한 관찰을 기초로 현명한 선택을 위한 집중력을 키우는 운동이다.

검도의 목적은 예의를 바르게 하고 심신을 건강하게 하며 신의를 지킨다는 것이다. 부당한 것을 없애며 믿음으로 사귀며 헌신적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인간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낮에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섬기며, 하여야 할 일들을 감당한다. 밤에는 검도를 배우러 도장에 간다. 나는 오늘의 수련과정에서 늘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던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 과단성, 침착성 등 강인한 정신력과 함께 전신의 고른 발달과 특히 심폐 기능의 강화로 지구력, 순발력, 민첩성을 배양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며 즐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