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 무엇보다 깨끗한 선거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교단의 일꾼을 선출하는 선거가 하나님 앞에서 깨끗한 양심과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대의원 여러분들이 거룩한 사명을 가지고 앞장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제103년차 총회 대의원들에게 보낸 카드 속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다. 카드 하단엔 “유권자나 입후보자 모두가 자랑스러운 성결인입니다”라는 문구도 있었다.

▨… 제103년차 총회에서는 목사 부총회장만 경선이 이루어진다. 후보인 두 목사님들이 모두 성공적인 목회로 이름이 알려진 분들이고 선관위의 깨끗한 선거에 대한 다짐이 전에 없이 유별난 만큼 지금까지 보다 “깨끗한 양심과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질 것임을 의심하는 대의원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선관위가 깨우쳐주는 ‘거룩한 사명’을 후보자도 유권자도 뭉개어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 그 동안의 우리 교단의 선거 풍토가 얼마나 혼탁했으면 선관위가 “거룩한 사명을 가지고 앞장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고 까지 당부하게 되었을까. 성결인들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선관위란 이름에서 풍기는 내음처럼 선거란 모름지기 세속적 정치놀음이다. 교단 대표를 뽑는다고 해서 선거의 본질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누가 더 거룩한가가 투표의 기준은 아닌 것이다.

▨…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이 정말 “거룩한 사명”과 연계되는 일일까. 교단의 일이니까 거룩한이라는 표현이 옳다는 것일까. 아니면 대의원들에게 단순히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경고의 의미일까. 우리 성결교회의 선진들은 거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조차 두려워했었다. 행여라도 하나님의 거룩함을 망령되이 일컫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조심했었던 것이다.

▨… 1536년 영어판 신약성경을 출판한 윌리엄 틴데일은 신앙심이 깊은(?) 국왕 헨리 8세에 의해 체포되었다. 틴데일은 말뚝에 묶인 채 불태워졌다. 헨리 8세는 거룩한 일을 해냈노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정녕, 거룩한 일은 무엇인가? 거룩함이란 체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처럼 해석되어져서도 안 된다. 나를 감추는 방패로 이용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거룩함은 하나님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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