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2:7~21)

현동주 씨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가 있습니다. 바람찬 흥남부두, 1.4후퇴, 일가친척 없는 몸, 국제시장, 영도다리 등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들을 그대로 사용한 이 곡은 전쟁 때문에 피붙이들이 어이없이 생이별을 하고 낯선 타향에서 고통 받아야했던 슬픔과 상처를 극명하게 그려냈습니다.

6.25전쟁 당시 월남한 사람들은 대개 1.4후퇴 때 연합군을 따라 육로로 내려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함경도 지방 사람들은 육로가 아닌 뱃길을 이용해서 남하했습니다. 일 년 중 가장 추운 1, 2월에 바닷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부둣가에 서서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며칠씩 밤을 새며 기다리다가 부지기수로 얼어 죽은 이야기들, 그러다가 배가 도착하면 서로 먼저 오르려고 아비규환을 이룬 가슴 아픈 사연이 노래의 가사 속에 녹아 있습니다.

한 많던 시절의 이런 노래가 아니어도 사실 우리의 인생에는 누구나 이런 슬픈 뒷면이 다 있게 마련입니다. 전쟁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이 아니어도, 우리는 자주 눈보라 몰아치는 부둣가에 내팽겨진 사람들처럼 나약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임을 절감할 때가 있습니다.

인생은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와 같으며, 육체는 풀과 같습니다. 그래서 본문은 인간을 ‘갈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화본과의 다년초인 갈대는 조그만 바람에도 이리저리 날리는 아주 연약한 식물입니다. 인간은 갈대와 같이 약한 것인데, 더구나 상한 갈대는 오죽하겠습니까? 모든 사람은 상한 갈대입니다. 마음의 뚜껑을 열어보면, 비애와 슬픔의 탄식이 있고 절망의 몸부림이 있습니다.

또 인생을 꺼져가는 심지에 비유합니다. 수백 가닥의 실을 꼬아서 기름에 담가 불을 붙여 놓은 등불은 오랫동안 인류의 밤을 밝혀온 위대한 빛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등불의 심지는 차츰 아래쪽으로 타 내려오므로 계속해서 끌어올려 주어야만 했습니다. 그리하여 심지가 거의 다 타게 되거나 기름이 떨어지면 마침내 불꽃이 가물거리다 어느 한순간 소리도 없이 꺼집니다. 이 꺼져가는 심지 같은 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쓰라리고 아픈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상한 갈대와도 같고, 꺼져가는 심지와도 같은 가엾은 우리 인생이 어디서 힘을 얻을 수가 있겠습니까? 성경 본문은 “실로 상한 갈대는 오직 주님의 은혜로 소생하고, 꺼져가는 심지는 신령한 기름을 흡수함으로써 회생할 수 있다”고 하는 귀한 사실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회복시키시며, 꺼져가는 등불의 심지를 소생시키는 분이십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고 마음이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여 주십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이젠 내게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느껴질 그때, 우리는 이제 잠시 뒤면 곧 심지가 사그라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바로 그때부터 일하시기 시작하십니다. 우리의 두려움이 변하여 기도가 되게 하며, 한숨이 변하여 찬송의 노래가 되게 하시는 것입니다.

지금 내 인생을 밝혀줄 등잔에 기름이 다하여 심지가 가물거리고 있다고 생각되십니까? 비는 내리고 바람은 세차게 부는데 상한 갈대처럼 성한 곳이 없는 몸과 마음이 휘청거리고 있다고 느껴지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서둘러 예수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굵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마철 저녁,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길에 누군가가 다가와 우산을 받쳐 주었을 때의 기쁨을 경험하신 일이 있으십니까? 지금 소나기가 내리는 여러분의 피곤한 인생 길에 우산 들고 마중 오시는 주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지치고 쓰러진 여러분을 향하여 내미시는 그 피 묻으신 손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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