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제4의 동방박사 알타반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 헨리 반 다이크(Henry van Dyke,1852~1933)는 목사이자 영문학교수이며 작가였다. 그가 ‘맨션(The Mansion)’에서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펼쳐 베푸는 신앙의 진수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어느 부자가 천국에 갔는데 자신을 위해 준비된 집이 너무 초라했다. 그 곁에는 대궐같은 집이 신축되고 있었는데, 자신의 이웃인 가난한 의사의 집이라는 것이었다.

▨… 부자가 고개를 갸웃하자 천사가 설명했다. 여기 하늘의 건축자재는 모두 본인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보낸 것들이고 그 부자가 보낸 것으로는 그 초라한 집의 지붕도 씌울 수 없었지만, 평생 주는 것을 기쁨으로 여겼던 가난한 의사가 사람들에게 준 것은 모두 건축자재가 되어 이곳 천국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는 주의 서릿발 같은 명령을 다이크 목사는 동화같은 이야기로 풀어 준 것이다.

▨… 불가의 현자 법정이 이슬람의 현자 바바 무스타파를 소개한 적이 있다. 바바 무스타파는 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고 쓰레기 더미 옆에 골판지를 깔고 살았다. 누군가 그 앞을 지나가다 할아버지 어떻게 지내세요? 하고 물었다. 이가 다 빠진 입가에 금세 미소가 번지며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하였다.

▨… “둘레의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닭 우는 소리도 들리고, 어린애 고함 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동네사람들끼리 인사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내 둘레에서 노래하고 있는 삶과 하나가 되니, 내 마음도 함께 노래한답니다. 해는 따뜻하게 비춰 주지요.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 주지요. 이웃들은 저에게 먹을 것을 갖다 줍니다. 나는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법정,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 오늘의 하나님의 사람들은 목회자의 길을 진실하게 고민하면서 ‘맨션’의 가난한 의사의 삶이나 바바 무스타파의 삶을 목표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하고 자문한다. 오늘의 사회 구조가 다이크의 의사나 바바 무스타파의 삶을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교회제도 역시 아무리 가난이 구도자의 삶의 본령이라고 해도 바바 무스타파의 삶 같은 일탈은 눈감아주지 않는다. 이 모순을 안고 목회자의 길을 가야 하는 현대 목사들의 고민을 눈치챘던 것일까. 다이크 목사는 이런 말도 남겼다. “노래를 가장 잘하는 새들만 지저귀면 숲은 너무도 적막할 것이다.” 자위가 너무 지나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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