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물은 영어 ‘스놉'(snob)의 번역이다. 이 말은 17세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처음 쓰였다. 당시 케임브리지대학은 신입생에게 출신 계급을 표기하도록 했는데, 평민 자녀들은 귀족이 아니라는 뜻의 라틴어 ‘시네 노빌리타테’(sine nobiltate)를 써야 했다. 이 라틴어의 약자가 바로 스놉이다. 그러다 1840년대 영국에서 하층계급 출신 부자들이 상층계급의 생활방식을 흉내 내는 게 유행하면서 스놉이라는 말도 널리 퍼졌다.”(김윤태, ‘불평등이 문제다’)

▨… 속물, 실리주의자, 교양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영어는 ‘필리스틴’(philistine)이라는 옛날의 블레셋 사람들이 들으면 화를 낼 수도 있을 법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필리스틴이라는 지역이 블레셋의 주거지역이었고 블레셋인들이 오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선조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필리스티니즘’(philistinism)이 속물근성, 무교양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고착된 데에는 유대와 블레셋의 대립의 역사에 그 원인이 있는 것 아닐까 유추하게 된다.

▨… 유대인의 자리에서 보면 블레셋인들의 행태는 거룩한 하나님을 섬겨야 할 피조물의 본분을 망각한 채, 세속의 욕망에만 사로잡혀있는 속물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창과 검으로 무장한 골리앗을 앞세워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그 선택된 백성(성민)을 짓밟으려는 속물근성에 젖어 있는 필리스틴 사람, 저들은 속물 곧 하나님과 관계없는 사람이었고 그 점에서 인간다울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 하나님의 사람(성민,聖民)을 가장 지독하게 모욕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생각의 차이야 있겠지만 모르기는 해도 ‘속물’아닐까? 그것도 허영과 허세의 냄새를 도무지 감출 수 없는 속물, 하나님께로부터 떨어진 사람이라는 평가의 칼날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그 점에서 하나님의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 ‘성령 받은 자’의 반대말은 ‘성령 못 받은 자’가 아니라 속물일 것이다.

▨… 1970년대 중반, 소설가 신석상은 군사정권하에서 부귀와 권세를 위해 권력에 빌붙으려 기웃거리는 무리들을 ‘속물시대’란 표제로 담담하게 그려냈었다.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권력지향형의 속물들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교회연합운동의 자리까지 속물들의 난장판을 닮아가고 있으니 교회연합운동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운동인가. 그리스도인가, 속물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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