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매미가 힘차게 노래한다. 보름을 살기 위해 매미는 천적으로부터 살아남으려고 자그마치 7년, 13년, 17년을 기다렸다가 태어난다. 앞날에의 꿈에 가슴을 뛰게 하던 어릴 적 매미 소리는 오늘 통일에 대한 염원에 가슴을 메어지게 한다. 우리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북한선교위원회에서 지난 해 7월 국정원에 판문점 견학을 신청했는데, 판문점 회담 등으로 견학이 중단되다가 1년여 만에 판문점 견학이 허락됐다. 지난 7월 16일 화요일 오전 8시, 전국에서 올라온 북한선교위원들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모인다. 통일대교 검문소에서 인원확인 후 9시경에 판문점 주차장에 도착하여 유엔사 견학 버스를 탑승한다. 사전에 국정원에 신청하여 허락받은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

판문점은 1950년 6.25 전에는 널문(板門)이라는 지명으로 불렸던 군사분계선 상의 동서 800m, 남북 400m 장방형의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이다. 우리 행정구역상 지명은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어룡리이다.

정전협정 조인은 현재의 판문점에서 개성 쪽으로 약 1km 떨어진 지점에서 이루어졌으나, 1953년 10월 쌍방이 군사분계선 상에 공동경비구역을 설정하고 정전협정 이행을 위한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오고 있다.

우리가 들어간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판문점 회의장은 군사분계선을 지워버린다. 우리는 그 선을 넘어 밟으면서도 남북의 분단을 실감할 수 없다. 이렇게 넘기가 쉬운데 왜 회담장으로 제한되어 중단되고 마는지!

북한 경비병의 모습은 찾을 길 없는 가운데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 그리고 건물만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판문각과 통일각은 도끼만행 사건, 인민군 탈주 사건 등으로 총격과 긴장이 팽배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너무나 정적이 흐르며 오히려 평화롭다.

새로이 견학코스에 포함된 남북정상이 만났던 도보다리 등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는 분단된 조국의 아픔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판문점에 이어 찾은 제3땅굴은 북이 파 내려온 곳이다. 그들이 파고 우리는 드나든다. 제3 땅굴을 허리 굽혀 오고가는 것이 마치 북녘 땅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더운 날 지하의 냉기가 그네들의 적화야욕 같은 듯 서늘하게 한다.

처음 와보며 진작 찾지 못한 부끄러움에 땀이 더 흐른다. 그나마 멀리 외국에서 이곳까지 찾아주는 발길들이 가슴 에이는 고마움과 위로의 훈풍이 된다. 땀은 흘러도 마음은 시원하다.

마음껏 볼 수 있는 도라산 전망대의 대구경 망원경에도 잘 안 잡히는 북녘 땅, 우리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아는지 옅은 구름과 더러 뿌리는 빗방울이 눈물이 되어 시야를 흐린다. 여호와께서 발등상을 두시려고 살려 내신 이 민족과 이 땅!(사 66:1) 우리는 누가 시킬 것도 없이 가슴을 치며, 그리고 손을 펴 하나님께 보이며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주여, 분단된 저 땅에도 빛을 비추시고 주님의 생명으로 풍성하게 하소서! 주님의 십자가가 다리가 되어 하나가 되게 하시고 주의 이름을 두소서! 생명의 복음이 자유롭게 오고가게 하소서!”

이어서 찾은 도라산 역, 제대로 건축되고 전자장비로 시설된 역이다. 운행도 한다. 물론 자유 대한민국에 국한한다. 철로는 북으로 뻗어 있다. 가깝고도 먼 땅 저 곳에 복음을 싣고, 사랑을 싣고 언제나 자유로이 왕래 할 수 있으려는지….

느지막이 점심식사 하는 곳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그리운 금강산’ 노래가 되어 마음 속에 울려온다. 북한에도 매미는 울겠지… 통일에의 소원으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기도를 얹는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