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은 구술형식의 회고록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가슴 아파한 것은 우리 사회의 진실성 결여다”, 또 “우리 사회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동안 '정직'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렸다.”

‘정직’이 사라진 사회, 정직이 사라진 개인. 이것은 참으로 비극입니다. 믿고 살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이런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정직의 위기’를 쓴 워렌 위어스비(Warren W. Wiersbe)는 “정직이 사라진 사회, 인간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경제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직하지 않고는 하나님이 주신 특권을 누릴 수 없다”라고 단언합니다.

정직하지 못한 부(경제)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정직하지 않게 얻어진 권력(정치)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정직하지 못한 봉사와 헌신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정직하지 못한 신앙(종교)이 무슨 힘이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명을 진정으로 살리고 보존하는 것은 정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금융위기는 정직을 상실해 나타난 것입니다. 정직하지 못한 개인, 단체, 국가는 그 힘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잠시 번영하는 듯하지만,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입니다. 정직과 진실성이 결여된 모든 통치와 경제적 행위들은 풍부를 가져오는 듯하지만, 결국 파멸로 가는 길입니다.

회개란 정직성의 회복입니다. 정직성에 대한 반성입니다. 잃어버린 정직을 찾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진실하게 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회개인 것입니다. 우리가 정직하고 진실하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던 분들은 다 알 것입니다. 그러나 정직과 진실이 가장 귀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진실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성서의 다윗은 자신이 진실을 잃어버린 자신의 죄를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 앞에 정직함의 회복을 위해 이렇게 간청합니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51:10)

다윗은 원래 정직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 ‘정직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가 권력을 잡고 어느덧 세월이 흐르면서 거짓과 위선으로 부끄러워지고 약해지고 비겁해지고 두려워지고 마침내는 형편없는 인간으로 전락했습니다. 충직한 부하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취했습니다. 그는 정직을 상실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하나님께 정직함의 회복을 간절히 호소하는 것입니다.

정직은 자신과의 만남입니다. 자신을 찾은 길입니다. 정직한 만큼 자유를 누리고 평안을 누리고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삶은 허깨비입니다. 정직의 상실은 존재의 상실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정직이란 하나님 앞에서 서는 것입니다. 세상이나 사람들에 의해서 평가된 것이 아닌 하나님 앞에 평가된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 보이는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정직하지 못하고 위선과 가식으로 가려진 포장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정직은 하나님 앞에서의 정직인 것입니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정직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말은 세계를 반 바퀴 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정직해야 할 순간에 정직하지 못하면 거짓은 아주 빠르게 퍼진다는 것입니다. 정직하되 지금 바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짓이 정직을 삼키기 전에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정직하게 살고 있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특히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이라면 ‘하나님 앞에 우리의 삶과 신앙이 정직한가?’라는 물음을 가져야 합니다. 정직하지 못했다면 그 회복을 위해 회개해야 합니다. 그런 후 우리는 매 순간순간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정직하고 진실하게 산다면 이 세상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정직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수단과 방법이 아니라 정직과 진실성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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