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5호>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하도균 교수
하나님께서 여호수아를 통하여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점령하게 하셨던 방법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 험한 광야의 40년 연단의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약속의 땅을 점령하게 하셨을 때, 하나님은 그 땅을 모두 비워놓고 이스라엘로 하여금 들어가게 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나안 땅에 가장 위협이 되는 세력들만을 제거하신 후, 열 두 지파에게 땅을 분배하고서 각 지파들이 나머지 잔당들을 몰아내고 분배된 땅을 차지하도록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광야 40년간 군사훈련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가는 훈련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그 땅에 남아 있는 잔당들과 직접 싸워 가나안을 정복하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이때 이스라엘 각 지파들은 서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도 광야 40년이라는 그들이 경험해야 했던 십자가와 같은 시간을 거쳤기에, 그 훈련을 기반으로 하나님의 명령에 전적으로 순복하여 승리한 지파가 있었던 반면에, 훈련의 시간을 동일하게 거쳤어도 아직까지 전적으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유다지파는 힘을 합하여 그들에게 할당된 땅 안에 있던 가나안 거민들을 완전히 몰아내었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다른 지파의 요청에도 응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지파들은 두려움과 게으름 때문에 그들에게 할당된 땅에 슬며시 들어가 가나안 거민들과 같이 살거나, 아예 전쟁을 포기하는 지파들도 있었습니다. 단 지파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그 땅의 거민들을 완전히 몰아내고 정착하라는 것이었는데, 두려움과 안주의식으로 많은 지파 사람들이 그 땅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하고 같이 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어지면, 이스라엘은 광야40년의 훈련이 무색하게 되며 그들의 신앙의 정체성도 지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광야 40년을 지나 가나안 땅을 점령하는 가운데, 다시 신앙의 위기를 접하게 된 이스라엘에 영적인 각성과 정체성을 일깨운 사람이 갈렙이었습니다. 갈렙은 여호수아에게 담대히 나아가 가나안 땅에서 가장 비옥한 산지이며, 아브라함과 사라와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레아가 장사된 헤브론 땅을 정복하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헤브론 땅은 크고 견고하며 아낙자손의 후손이 살고 있는 땅으로 거인들의 왕국이라고 부르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선뜻 싸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었던 곳입니다. 그런데 노령의 갈렙이 그 땅을 얻기 위하여 싸우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갈렙은 이 고백을 하기 위하여 40년 이상을 기다려왔습니다. 가데스바네아에서 가나안 땅을 정탐하기 위한 정탐꾼으로 그 땅을 밟고 믿음의 고백을 하였던 사람이 여호수아와 갈렙이었습니다. 비록 나머지 10명의 정탐꾼의 믿음 없음 때문에 광야를 40년간 돌게 되었지만, 갈렙은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40년의 광야시간을 보냈습니다.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그 땅을 취하게 하신다’ 그것도 ‘나로 하여금 그 땅을 취하게 하실 부분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망이 갈렙으로 하여금 40년의 광야생활을 넉넉히 이기게 하였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러한 사람들을 그냥 두시지 않았습니다. 여호수아를 통해서는 직접 모세를 이어 자신이 보았던 땅을 정복할 수 있는 영광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갈렙은 비록 85세의 연장자였지만, 가장 강력한 땅 중에 하나였던 헤브론 땅을 얻게 하셨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오직 내 종 갈렙은 그 마음이 그들과 달라서 나를 온전히 좇았은 즉”(민 14:24) 여기서 “그 마음이 그들과 달라서”라는 구절이 영어로는 ‘another spirit’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갈렙은 광야 40년, 십자가의 시간을 하나님과 함께 동행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결정의 때에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하나님의 영에 이끌리어 하나님이 원하시는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another spirit’을 가지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갈렙의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는 외침은, 잠자고 있는 이스라엘의 영적인 각성을 촉구한 외침이었고, 사랑하는 이스라엘을 깨우는 눈물의 외침이었을 것입니다. 그 안에 하나님의 마음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갈렙과 같은 ‘another spirit’이 있는가를 점검해봅시다. 그리고 이 시대를 향하여, 그리고 교회를 향하여, 또한 나 자신을 향하여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눈물의 외침을 외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자인지 점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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