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를 위한 기도

지난 6월 초였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평소에 가끔 가던 식당으로 차를 몰고 갔다. 평소처럼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차에서 내렸다. 보통은 성경을 손에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는데 이상하게도 이 날은 ‘성경사전’을 읽다가 그냥 들고 나왔다.

식당에는 20여 명이 점심과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성경사전을 식탁 위에 놓고 식사를 주문한 뒤 성경사전을 뒤적거렸다.  

그런데 그 옆에서 식사를 마친 젊은 아시안 여성이 내 테이블로 와서 상냥한 음성으로 말을 붙였다. 좀 더듬거리는 영어였다. “성경을 읽으시네요. 그런데 뭐 좀 여쭈어보아도 될까요?” 성경사전인데 큰 글씨로 쓰인 바이블(Bible)만 보고 성경이라 했다.

“물론이죠, 저는 코리안 패스터(Korean Pastor)입니다. 혹시 크리스천이신가요?”
목사라는 내 신분을 밝혔더니 자기도 나를 ‘영적인 사람’으로 느꼈다고 했다. “목사님,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실 수 있겠어요? 목사님을 뵙는 순간 제 마음 속에 기도를 받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바로 식당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기도제목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확신, 또 하나는 온 몸이 원인 모르게 아픈데 힐링을 위한 기도였다. 나는 ‘사영리 전도’의 방식으로 짧은 순간이지만 다짐을 받았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생명의 길과 사망의 길을 두었다”(렘21:8)는 말씀과,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다”(요14:6)는 말씀을 결단의 근거로 소개했다.

이어 이 불쌍한 딸에게 “네 영혼이 잘 됨과 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하신 말씀이 글자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 유창하지 못한 영어기도였고 또 식사 객들의 시선도 의식되어 간곡하지만 속삭이듯 기도했다. 응답되리라는 확신이 내게도 들었다. 이 여성은 무척이나 감사해 했다. 나의 식사비도 지불해 주었다.

“목사님, 저를 위하여 계속 기도해 주세요. 꼭이요.” 그렇게 재삼 요청하는 그녀에게 이름을 물으니 선선히 적어주었다. 그녀의 성만 밝혀 적는다. 바로 ‘아베’였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한 줄기의 빛이 내 머리를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름 아니다. 한국계 미국 목사인 내가 일본계 미국인 자매 영혼구원과 신유의 은혜 주시기를 간곡히 기도한 사건이 되었다. 아니, 조선왕조 태종대왕 후손인 내가 현재 일본총리와 같은 성을 가진 아베 자매를 위하여 기도했다는 뜻도 있다. 코리안 목사가 재패니즈 전체를 위하여 구원받고 병낫기를 기도한 셈이다. 너무 과장한 걸까.

1980년대 목회초년병일 때 이 곳 남가주에서 일본인 성결교회 목사들과 친교모임을 가졌다. 그 때 일본계 미국인 목사들은, ‘역사를 멀리 내어다 보면 언제인가는 한국이 일본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 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교육수준, 도덕성, 산업발전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미 스웨덴, 놀웨이, 네델란드, 덴마크 등의 기독교 국가들이 대표적 복지국가가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또 남북이 통일된 개신교 주도 국가가 된다면 한국은 세계역사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일본계 미국인 목회자들의 말이 정말 참된 예언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 더욱 간절하다. 하지만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마 5:20)라는 말씀이 “일본사람보다 더 낫지 않으면…”으로 들려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한다.

그래도 십자틀, 그 나무사형틀에 어디 한 번 더 목숨을 걸어보자. 십자틀은 완전한 절망이 완벽한 희망으로 바뀌는 영혼 용광로, 인생 용광로, 역사 용광로가 아니던가. 특히 우리 성결교회는 일본강점시대에 교단과 신학교와 교회가 폐쇄되고 지도자들이 고문을 당함으로 한국교회를 대표하여 십자가 수난을 당했었다. 왕십자가를 짊어진 교단이란 뜻이다. 왕(王)의 한문글자를 믿음으로 풀면 ‘하늘과 땅 사이에 십자가’란 뜻이 된다.

그래서 성결교회는 또 한 번 ‘시대적 사명을 다하는 대표적 교회’가 되라는 더욱 우렁찬 음성을 하늘로부터 듣는다.

십자가에 목숨을 걸고 지구복음화, 특히 일본 복음화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하늘의 우레 소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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