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수 선교사
일본의 아베 정권은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공언하고, 2012년 이후 ‘전쟁가능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2012년 자민당이 발표한 헌법개정시안에 따르면, 천황이 국가원수이며 자위대는 국방군이 되고 사상과 신앙과 표현의 자유는 공공의 유익이라는 명분으로 제한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최근 수년간 일본에서는 교육, 매스컴, 치안 등 사회질서를 둘러싼 문제에서 점차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제한되고, 국가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다. 2015년 9월에는 다수의 야당지식인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위대의 해외파병과 안보를 골자로 한 10개의 법안인 ‘안보관련법’이 성립되었다.

다행히 지난 7월 21일 치른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의석의 과반을 넘겼으나, 개헌 발의 의석수인 3분의 2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개헌 발의를 공언하고 있는 아베 정권은 이에 필요한 온갖 정치술과 외교술을 동원할 것이다. 하지만 현행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지식인언론인종교인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고, 8월 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일본의 일방적인 결정을 둘러싸고 그 원인과 영향에 대해 여려 가지 분석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베 정권의 최대 현안인 헌법 개정을 위한 정치 수법이라는 점이다.

아베 정권은 과거사, 특히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에 대해 극구 부인하며, 대신에 ‘수출 구조 재조정’ 및 ‘안보와 신뢰 문제’라는 이유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베 정권은 최근의 대립을 통해 한국 국민 안에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자국민들의 방어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극우 매스컴의 선동은 심각할 정도다. 동아시아의 안보 상황이 일본에 불리하다는 점을 최대한 각인시키는 데에는 중국러시아북한뿐 아니라 반일 감정의 한국만큼 좋은 대상이 없다.

이런 불안정불확실한 양국관계 분위기 속에서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개정’과 ‘전쟁가능국’이라는 숙원을 풀려는 저의가 짙다.   

최근 이런 분위기 가운데 일본의 양식 있는 시민사회 내부에서는 과거 역사 반성을 기초로 ‘한국은 적인가’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수출규제 철회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를 포함한 기독교 단체들 역시 한일 관계의 평화를 모색하고 있다.

현행 평화헌법 보호를 위해 2004년에 발족한 ‘제9조의 회’는 전국에 걸쳐 약 8000개 조직을 가지고 현재까지 약 3000만 명의 지지 서명을 받고 일본의 퇴행을 적극 저지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를 둘러싸고 한국에서는 정치경제계를 비롯해 전국민적 차원에서 일본을 극복하려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정당한 경쟁과 상생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선교 사명을 받은 교회로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것을 천편일률적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정의롭지 못한 정권과 거기에 서식하는 이념과 정책 아래서 살아가는 일본 사람들을 단순히 ‘민족나라’라는 틀에 묶어 동일시하는 것은 정당한 게 아니다.

거기에는 양식 있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거기에는 하나님께서 구원하시기로 작정하신 영혼들이 적지 않다. 또한 거기에는 권력자들이 내세우는 민족주의국가주의애국주의 이념에 놀아나지 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한국교회는 고난의 역사 속에서 민족과 함께 고난을 공유하며 성장해 왔고, 세계 선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민족과 국가라는 울타리를 넘어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세계시민의식과 감각을 더욱 배양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깨어 있는 시민-그리스도인들의 연대가 절실한 때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으로서 우리는 세계 안에 존재하는 사람을 귀히 여기며 서로 연대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개인집단 사이에서 사람다움을 억압하고 잃게 하며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는 그 어떤 권력이 어느 민족국가 단위 안에서 주도권을 휘두르고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 항의하고 극복해 내도록 연대해야 한다.

교회와 복음의 보편성과 이런 의미에서의 선교는 정치적경제적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일본 선교는 복음전도와 선교 교류와 더불어 정의 평화를 중재하며 민간 교류를 증진시키는 일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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