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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농촌교회 맥추감사절 이야기
[1190호] 2019년 07월 10일 (수) 15:57:20 이명재 목사(덕천교회) webmaster@kehcnews.co.kr

   
       이명재 목사
이번 맥추감사주일에 은혜 받은 이야기를 해 보렵니다. 우리 지역은 요즘이 한창 바쁜 때입니다. 포도 농사를 주로 하기 때문에 농번기에 해당합니다. 농번기 때 교회 출석률은 많이 떨어집니다. 교회 절기가 돌아올 때면 제 마음이 좌불안석이 됩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아침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나더군요. 여전도회에서 맞춘 것이라며 백설기 떡이 도착했습니다. 떡에 완두콩이 알알이 박혀 있어서 맛이 더욱 좋았습니다. 또 L 집사님이 손수 재배한 감자를 수레에 싣고 왔습니다. C 권사님도 맥추감사절 기념으로 감자 한 상자를 강대상에 올려놓고 갔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다른 교회 P 목사님이 참외를 한 상자 보내왔고 예배 직전에 K 집사님이 시원한 음료수를 또 한 박스 들고 왔습니다. 전혀 예기치 않았는데 풍성한 맥추감사절을 함께 즐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도 준비해 주시는군요. 성도들도 바쁜 일을 내려 놓고 예배당으로 달려왔습니다.

은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새 성도가 두 분이나 예배에 ‘나오신’ 겁니다. 제가 ‘나온’이 아닌 존대어 ‘나오신’이라고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두 분은 연세가 80대 중반이어서, 두 번째는 작은 농촌교회를 스스로 찾아와서 예배를 드린 데 대해 고마워서 그렇습니다. 저도 모르게 경어가 나오게 됩니다.

변화에 극히 인색한 농촌교회에 두 명의 새 성도가 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건입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듣게 된 이야기는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김천의 외곽에서 살다가 중심지는 아니지만 시내 소리를 듣는 부곡동으로 이사를 나왔다고 합니다. 몇 개 교회를 다니면서 예배를 드려봤지만 마음의 울림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우리 교회 근처 마을인 용배를 지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길가 정자에 모여 마을 사람들이 국수 잔치를 펼쳐놓고 들고 가시라며 손짓을 하더랍니다. 점심때라 시장기도 있고 해서 염치 불구하고 합류, 맛있게 국수를 드셨다고 합니다.?

부곡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출석할 교회를 찾고 있다고 하니까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덕천교회를 추천하더랍니다. 목사님과 사모님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요. 정작 자신들은 아직 교회에 못 나가고 있지만 교회에 나간다면 덕천교회라고 선언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두 분이 오늘 우리 교회 예배에 나오게 되셨다는 겁니다.

이 분들은 맥추감사 헌금도 하시고 다음 주부터 열심히 나오겠다고 약속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은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건너 마을 요양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매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벌써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지난 주 예배 때 맥추감사절 광고를 했었지요.

여전도회에서 맞춘 떡 중에 작은 상자를 요양원 몫으로 챙겨 두었습니다. 또 음료도 준비해서 함께 가지고 갔습니다. 요양원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분들이어서 고정 틀이 깨지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맥추감사절 성찬식 준비를 따로 했습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시더군요. 예배와 성찬식 그리고 율동까지 잘 마쳤습니다.

기도로 마치고 나오려는데 P 집사님이 저를 부릅니다. 그의 손에는 천도복숭아 네 개짜리 한 묶음이 들려 있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인생의 끝자락에 와 있는 분들, 삶의 전반이 시련과 고통 그리고 희생으로 점철된 분들, 그래서 감정조차도 메말라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 분들. 이런 분들에게 아직까지 이와 같은 따스함이 남아 있다니! 오늘 하루가 온통 은혜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번 맥추감사절은 제게 감사함으로 오래 간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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