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에 있었던 실화 한 토막이다. 어느 교회에서 부흥집회를 열었는데 강사는 당시로선 이름깨나 알려진 부흥사였다. 저녁집회 시 그 교회의 어느 집사가 집회에 조금 늦게 참석하였다. 설교를 시작한 부흥사가 그 집사를 호명하더니 느닷없이 당신의 이름을 하늘나라의 생명책에서 지워버렸다고 선언하였다. 일순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정적이 예배실을 삼켰다.

▨… 모두들 멍해져 있을 때 강대상 뒤쪽 의자에 앉아있던 담임 목사가 불쑥 일어섰다. 성난 황소처럼 강사에게로 돌진하더니 아무 말 없이 그 강사를 강단에서 끌어 내렸다. 그 시간부터 그 부흥회의 강사는 그 교회 담임목사로 바뀌어졌다. 지금이야 이런 얼빠진 강사가 있을 리 없겠지만 설교자란 위치를 하나님의 대리자인양 착각했었던 목사들이 예전엔 의외로 수두룩 했었던 모양이다.

▨…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던 것일까? 왕 같은 제사장(벧전 2:9)이라는 말을 제사장은 왕이어야 한다는 말로 멋대로 이해한 교회의 무지 탓일까. 아니면 집사나 권사, 장로 같은 평신도의 직분은 목사가 임명한다는 교회법의 잘못된 이해가 교회 내의 계급화를 알게 모르게 조장한 탓일까. 임직식에서는 흔히 담임 목회자에게 대한 충성이 하나님께 대한 충성 못지않게 강조되고 있다. 무신경한 것인지, 무신경한 체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 오늘의 한국교회를 보면 프로테스탄트교회라고 하면서도 종교개혁의 전통은 상실한 채 목회자와 평신도가 계급화로 구분되는 왜곡된 현상을 노출시키고 있다. 집사, 권사, 장로 또는 목사까지도 그것이 지위(status)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기능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이해는 외면당하고 있다. 교회의 모든 직분자들은 하나님의 일을 협력하는 동역자라는 종교개혁의 전통이 살아나야 프로테스탄트교회일 수 있지 않겠는가.

▨… 굳이 고전 12장의 말씀으로 가지 않더라도 교회 안에서의 계급의식은 타파되어야 한다. 개체 교회 안에서의 계급의식뿐만 아니라 목사 사회, 혹은 평신도 관계 안에서도 계급의식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모든 의회부서의 장은 목사여야 한다는 내용이 계급의식을 부추기는 원천이라고 꼬집는 이가 있다면…. 아마 아직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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