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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신앙의 유산
[1188호] 2019년 06월 26일 (수) 16:55:38 전광병 목사(간동교회) webmaster@kehcnews.co.kr

   
1830년대 독일 트리어(Trier)에 살던 어느 유대인 소년이 변호사인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유대인인데 왜 유대인 회당에 가지 않고, 교회(루터교회)에 나가요?” 그러자 아버지는 대답하기를, “아들아,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고 이 땅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단다.” 아버지의 대답은 신앙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본래 이 소년의 할아버지는 유대인 랍비였습니다. 그의 큰아버지 역시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랍비였습니다. 그러나 현실 판단이 빠르고 이재에 밝았던 소년의 아버지는 유대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 개신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회심의 경험이 없었던 그는 자기 아들에게 아무런 신앙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었습니다. 소년이 여섯 살 되던 해에 유아세례를 받도록 이끌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 소년을 믿음의 아들로 자라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렇게 자라던 소년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나이 서른 살이 되던 1848년 엥겔스와 함께 런던에서 “공산당 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처세술과 생존기술을 알려주기는 했지만, 사람을 존중하고 정직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의 가치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인간을 해방한다면서 거대한 기계의 부품처럼 인간을 조직하려 했던 칼 마르크스의 인간이해는 혹시 아버지의 유산이 아닐까요?

칼 마르크스는 물질적인 생산양식이 인간 삶의 사회적, 정치적, 정신적 차원들을 결정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공산당 선언문에서 “인간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라고 규정하였습니다. 또한 “부르주아계급은 가족관계조차 감상의 장막을 걷어버리고 순전히 금전관계로 만들었다”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유물론적 역사관과 계급투쟁의 역사관은 인간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랑과 이해와 양보와 배려를 전혀 드러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자녀들은 부모의 뒷모습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녀들은 단순히 부모가 앞에서 가르치고 타이르는 말을 듣고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날마다 살아가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부모의 말로는 부족합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자녀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게 됩니다. 그것이 신앙의 유산입니다.

파스칼은 말하기를, “한 인간의 덕은 그의 위대한 업적이 아니라 평상시 생활을 통해 판단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위대한 신앙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의 십자가를 지는 것’(눅9:23)으로 시작됩니다.

설교자의 설교를 인간의 잔소리가 아닌 진실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식하게 되는 지점이 어디일까요? 설교자로서 전하는 말로서의 로고스(Logos)가 아니라, 인간다움의 에토스(Ethos)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에토스로부터 나오는 로고스, 결국 로고스와 에토스가 일치하는 삶이 설교라고 봅니다.

경험컨대 사람은 말로 변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말하느냐를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삶이 없는 말은 공허합니다. 진실한 삶이 설교의 주석입니다.

신앙의 유산은 먼 훗날 만들어지는 어떤 것이 아닌 오늘의 삶에 존재합니다. 오늘 하루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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