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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론> 존경의 정치
[1181호] 2019년 05월 01일 (수) 11:38:50 임순만 장로(전 국민일보 편집국장) webmaster@kehcnews.co.kr

   
          임순만 장로
가족들과 한동안 떨어져 있어 본 사람은 절감할 것이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는 집안의 고적한 분위기가 사람의 생각을 얼마나 깊게 만드는지를. 거실의 불을 밝히지 않고 잠시 그 어둠 속에 앉아있노라면 하루의 마지막 시간을 어둠과 함께 한다는 것이, 그 어둠 속에서 다시 내일을 설계한다는 것이 얼마나 쓸쓸하고도 괜찮은 것인지를 기꺼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고적함 속에서 혼자 늦은 저녁을 먹을 때 라디오에서 이런 노래가 흘러나온다면 삶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 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찬송가 ‘사철에 봄바람 불어잇고’)

다시 5월이 오고, 먼저 가정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세계의 경제가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여야의 극심한 정쟁으로 우리 사회가 자꾸만 뒤숭숭해져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삶의 힘은 가족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먼저 이런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다.

부존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의 최대의 자원은 인적자원이라고들 한다. 수긍할만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인적자원은 선진국의 그것보다 뛰어난 분야가 상당하다. 그러나 인적자원의 최고 교집합을 이루는 정치영역으로 시선을 옮기면 우리나라의 인적자원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성’이 다른 것과의 공존, 합의의 정신, 낯선 이들에 대한 선대, 폭넓은 사랑의 정신, 자신이 아끼는 것의 양보, 그러면서도 자존에 대한 높은 자긍 같은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 정치지성은 부끄러울 정도로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선거제 개편 등을 위한 패스트트랙은 오래된 현안이며 당위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국회 스스로가 2015년 국회법 개정 당시 국회선진화법의 주요내용 중 하나로 합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석 수 계산에 따라 저토록 쉽게 동물국회가 되어버린다면 정치발전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소망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전임 대통령을 탄핵하고 국민 대다수가 상당한 긴장감을 느끼는 가운데 들어선 이번 정권만을 놓고 보더라도 여야가 주요사안을 합의해 처리한 것은  전무하다시피하다.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던 개헌과 여야정 협의체가동 문제를 비롯해 남북회담 결과 추인, 국회 인사청문회 등 국정의 주요사안들이 단 한 가지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극단적인 대립을 거듭할 뿐이다.

과거에는 청와대 주도의 여야 대표논의 시도가 통했지만 이제는 되지도 않고 내년 선거를 앞두고는 벌써부터 국회가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쇠지렛대 등장과 집단적 검찰 고발은 오늘 국회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국정농단 부역세력의 광기’ ‘좌파독재의 야만적 폭정’ 따위의 증오와 비아냥이 넘쳐흐르는 말들을 지겹게 들어왔다. 이제는 이런 말들이 우리 가정에 전달되는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차단하고 싶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시는 우리의 낙원에 저토록 살벌한 언어들이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의 가정이 존경과 감사함으로 지켜지기를 기원한다.

다시 5월이 오고, 높은 인격을 지닌 의원님 여러분,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대통령님,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그런 이들에게 표를 주고 싶다.

이 양극단의 치유는 먼저 청와대와 정부에서 나섰으면 한다. 극단으로 치닫는 구조 아래서는 어떤 정부도 많은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을 낮추는 정치, 상대방을 존경하는 존경의 정치, 양보하는 정치, 그리고도 지켜야 하는 가치 앞에서는 예의로 가득 찬 주장과 단호한 침묵. 그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큼은 안다. 우리는 저토록 난폭하고 선동적인 언어에 좌지우지될 시민들이 아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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