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말썽만 피우는 형제가 있으면 그 집은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우환이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북한이라는 골치 아픈 형제 때문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형국입니다. 그 ‘형제’가 한 번 떼쓰고 행패부리면 온 동네가 시끄럽습니다.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도 세계를 향한 그 형제의 반항기가 발동하면 생업을 제쳐두고 근심 걱정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평화적인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내세운 북한의 ‘은하 2호' 로켓은 3,200km 거리를 날아갔습니다. 그 발사체가 궤도 진입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논란은 있지만 그것은 둘째 문제입니다. 미사일로 치면 사거리 2,400~5,500km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수준이기 때문에 핵탄두만 장착한다면 북태평양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북한은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불안정한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은 더욱 헝클어지게 됐습니다. 향후 일본도 군사력을 증강할 것이고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대응 능력을 보강해야 합니다. 한반도 주변의 평화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북한을 생각하면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입니다. 북한은 올해 초 공동사설을 통해 ‘사회주의 강성대국은 이밥에 고깃국 먹는 세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첫째 과제라는 뜻입니다. 적어도 8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린다는 북한의 형편을 보면 올바른 판단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은 정 반대입니다. 한차례의 위성 발사 쇼를 벌이는 데 3000억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돈이라면 북한 전체 인민을 1년간 먹이고도 남습니다.

인민의 1/3이 배고픔에 시달리는 판국에 미사일 개발에 돈을 물 쓰듯이 쓰니 어느 나라가 그런 북한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인민들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국부를 축적하고 그것을 가난한 이웃나라에 베풀며 사는 것이 국가존재의 본성이거늘,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뽐내면서 걸핏하면 남의 나라에 중유 내놔라 식량 비료 내놔라 큰소리치니 ‘깡패국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원래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사회주의 혁명 완성을 위해 일시적으로 독재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반세기가 지나도록 혁명과업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김일성 후손의 세습체제만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무늬만 인민 민주주의지, 실상은 전근대적 왕조국가인 셈입니다. 세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란 이름으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해가고 있지만 유독 북한만은 자꾸 왕조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야만적 행동과 체제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은 가슴이 아픕니다. 장래에 통일된 나라에서 더불어 살아야하는 우리 민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휴전선 하나로 몸체를 맞대고 있는 우리가 북한을 변화시킬 카드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더욱 우울합니다. 북한이 화를 낼 때마다 미국에 의지하고 유엔에 기대는 우리 정부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은 우주를 누비는데 우리는 국방비를 북한의 몇 십 배나 더 쓰고도 사정거리 300km 짜리 미사일 밖에 갖출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군사 외교적 능력을 더욱 키우지 않으면 안 될 때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러온 민생의 고통이 조금 수그러드나 했더니 이번에는 북한 위성이 보내준 안보의 위기감이 우리를 옥죄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잔인한 4월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