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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시론> 바야흐로 4월
[1180호] 2019년 04월 24일 (수) 17:32:38 조성호 교수(서울신대) webmaster@kehcnews.co.kr

   
    조성호 교수
4월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 April은 본래 고대 로마시대의 2번째 달을 뜻하는 Aprilis로부터 유래했다가, 12세기 영어권 지역에서 사용되던 ‘Eastermo nað’(오늘날 부활절의 뜻으로 사용되는 Easter의 어원)을 대체하여 지금처럼 4월을 나타내는 말로 정착되었다.

Aprilis는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그 다음’(the following, the next)이라는 의미를 지니기에, 2월을 지칭했다는 수준에서 이 말의 용례를 쉽게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부활과 연계된 단어의 배경을 생각하면, 문자 너머에 있는 심오한 신학적 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우선 봄의 시작과 ‘그 다음’이라는 의미를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생명 소생의 범위를 미래로 연장하고, 그 결과 세속적 시간 개념 속에 종말론적 가치관을 이식한 점에서 매우 특별한 신앙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풍요의 여신’을 뜻하는 ‘Eastermonað’라는 용어를 4월의 의미로 사용하다가, 기독교의 부활절과 융합하여 별도의 교회력으로 독립시킨 현상 역시 기독교의 선교적인 속성에 담긴 포용과 통섭의 정신을 깨닫게 한다.  

‘바야흐로’라는 말은 이런 의미를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바야흐로’는 “이제 한창 또는 이제 막, 그리고 어떤 현상이 말하는 시점을 시작으로 하여 미래에 걸쳐 이루어져 감”을 나타내는 말로 어느 사건의 현재완료 상태에 지속적 발전의 개연성을 첨가시킨다.

마치 April을 통하여 4월이 계속 진행 중인 종말론적 인생과 선교의 핵심가치를 예수님의 부활과 하나의 연장선상에서 다루듯, ‘바야흐로’ 역시 예수님의 부활을 과거의 일회성 사건에 국한시키지 않고 미래에 전개될 신자들의 모든 삶을 포괄하는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결국 ‘바야흐로’라는 렌즈를 통과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역사적 구분을 초월하며, 배타적 가치관과 이분법적 세계관을 극복하는 통전적인 선교를 당부하는 촉매제로 기능하는 셈이다.

물론 ‘바야흐로 4월’이라는 문구를 통하여 잃었던 생명의 온기를 되찾고 인생의 궁극적 목적을 ‘지금/여기’와 결합하는 기호학적 방식은 과학과 문물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인들에게 통용되기 어려운 언어유희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의 작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 전반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에, 새로운 재해석의 과정을 마냥 무가치한 것으로 폄하할 수만은 없다.

예를 들어 아기를 낳은 어머니가 그 자녀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매 순간 속에서 ‘바야흐로 4월’에 담긴 부활의 진정한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다. 목숨을 건 산고를 통해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점진적인 성장과정을 거쳐 어느 순간 엄마의 덩치를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몰라보게 자란 자녀라 하더라도 어머니의 눈가에는 늘 태어날 때의 애처로운 잔상으로 남아 있고, 그 자녀가 먼 훗날까지 행복하기 바라는 어머니의 간절함은 끝없는 현재진행형 사랑 속에 내재한다.

결국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을 매개로 자녀의 과거와 미래가 영원한 현재형으로 존재하듯, ‘바야흐로 4월’은 과거와 미래가 결합된 부활의 종말론적 신비를 신자의 현재 삶 속에 끊임없이 되새기는 동시에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선교의 정신 또한 어머니의 사랑처럼 연속적인 현재형으로 구현되어야 할 당위성을 암시한다.

대한민국의 4월에는 위와 같은 ‘바야흐로 4월’이 생생하게 체험되어야 할 기억들이 줄을 잇는다. 엄청난 숫자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은 제주도 4.3사태, 세월호의 무고한 생명들, 4.19 열사들. 반복되는 이야기가 지긋지긋하니 이제 그만하자는 외침은 부활의 올바른 가치를 망각한 처사이기에, 부활절 직후에 ‘바야흐로 4월’을 외쳐본다. ‘바야흐로 4월’의 정신이 소멸된 부활절은 생명력을 상실한 종교인들의 무의미한 연례행사이자 불필요한 관행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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