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에 취하고 말씀에 은혜 받고
제주 첫 교회 성내교회, 순교지 대정교회 등 탐방
사순절 기독교 역사 길따라
묵상하듯 조용한 순례

꽃들이 앞 다퉈 피어나던 지난 4월 11~12일 교단부흥사회(대표회장 신일수 목사) 회원 부부 등 38명이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의 4월은 생명력이 넘쳤다. 들녘에도 오름에도, 해안에도 봄이 깃들어 더없이 푸르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부흥사 회원 부부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유채꽃과 형형색색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들을 구경 온 것이 아니었다. 사순절, 제주의 기독교 순례길을 걸으며 영적 충만감을 찾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제주의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제주 기독교의 고난의 역사를 가슴 깊이 새기기 위해 모처럼 제주를 찾은 것이다.

영적으로 어두웠던 제주도에 복음의 빛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이기풍 목사, 이도종 목사 등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대한민국의 영적 회복과 이 땅에 진정한 부흥의 계절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도하기 위함이다. 1박 2일 짧은 일정이지만 척박한 제주 땅에 뿌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파된 길을 따라 그들은 묵상하듯이 조용히 순례길을 걸었다.

▲ 성내교회

#제주 첫 번째 교회 성내교회
겨우내 움츠린 몸을 달래듯 부드러운 훈풍이 특별한 여행길에 오른 부흥사 부부를 맞았다. 부흥사회 제주 순례단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제주도 첫 번째 교회인 성내교회다. 성내교회는 이기풍 목사가 제주에서 처음 설립한 교회다.

이 목사는 44일 간의 거센 풍랑 속 항해 끝에 제주에 도착했다. 육지와 다른 언어, 문화, 환경이 척박했던 탐라는 암흑의 땅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길은 고난의 길이었다. 이기풍 목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13년간 제주에 삼양, 내도, 금성 등 15개의 교회를 설립해 복음화의 초석을 닦았다. 성내교회는 선교 초기의 중심 교회였다.

부흥사 회원들은 무속의 땅이었던 제주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척박한 땅을 한없이 걸어 다녔을 그의 뜨거운 신앙의 흔적을 돌아보았다. 성내교회 옛 교회당은 1908년 제주 선교를 위해 제주에 온 이기풍 목사의 행적이 짙게 배어 있었다. 또 4.3항쟁과 한국전쟁 등 아픈 역사를 딛고 제주 땅에 정착한 초기 제주 기독인들의 신앙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백병돈 목사(신일교회)는 “제주를 ‘동양의 예루살렘’으로 만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헌신적으로 선교해 온 이기풍 목사님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순례단은 교회당 앞에서 110여 년 전 주님의 음성을 듣고 척박한 제주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한 이기풍 목사의 뜨거운 선교 열정을 생각하며 ‘한국교회의 영적 부흥과 제주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했다.

▲ 방주교회

#자연과 조화 이룬 방주교회
그 다음 찾아간 곳은 교회당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교회, 방주교회였다.

세계적인 건축의 거장 재일교포 고 이타미 준이 건축한 교회로 제주의 아름다운 7대 건축물로 선정된 바 있다. 이타미 준은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방주교회를 설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교회의 앞머리는 배의 날카로움을 닮아있고 교회 전체가 바다에 떠 있는 듯 한 착각을 들게 했다. 건축물이 아름다운 것은 자연과의 조화였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건축가의 설계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을 돌아본 일행은 여기서 방주교회와 제주의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목회를 돌아보았다.

#제주 첫 현지인 목사 이도종 순교지
둘째 날, 순례단은 제주 출신 1호 목사인 이도종 목사의 순교길을 찾아 대정교회로 향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신 이른 아침, 이도종 목사 유해와 순교기념비가 봉안된 대정교회가 모습을 보였다.

대정교회 입구 왼편에는 ‘순교자 이도종 목사 성지’라고 써 있었다. 그는 1948년 빨치산에 의해 순교했다.

▲ 이도종 목사 순교비
교회당 뜰 안에는 이도종 목사의 순교비와 무덤이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대정교회는 이 목사가 마지막으로 목회했던 곳이다. 무덤은 생매장 당했던 그의 시신을 화장해 사모 김도전과 함께 합장했다. 유해 봉안비 마지막 줄에는 ‘주님 다시 오실 그날에 영광의 부활로 일어서리’라고 쓰여 있었다.

2003년 예장통합 측 제주노회가 이곳 대정교회를 순교기념성지로 조성했다. 기념비에는 “나라와 민족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조선의 독립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영혼구원을 위해, 민족과 제주교회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다가신 순교자”라고 기록돼 있었다.

순례단을 맞이한 박경식 목사가 제주의 역사와 함께 이도정 목사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순례단은 그동안 잘 몰랐던 이도종 목사의 삶과 신앙의 현장을 직접 보면서, 제주 복음화에 한 알의 밀알이 된 이 목사의 삶과 신앙에 큰 감동을 받았다.

“순교자의 길, 나도 가겠습니다!” “나도 한 알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해왔던 스스로를 회개하는 기도와 함께 이 목사의 순교신앙을 이어가겠다는 신앙고백이 여기저기서 울리는 듯 했다. 

김용운 목사(옥동중앙교회)는 “자신을 높이지 않고 낮추는 삶과 순종하고 순교하는 삶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느슨한 내 신앙을 회개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김신관 목사(에덴교회)도 “제주의 순교 발자취를 밟으면서 보람되고, 감동되어 부흥회 그 이상의 은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 대정교회

#부흥회보다 은혜로운 제주 순례
순례를 마친 부흥사회 회원들은 대정교회 인근의 추사기념관으로 향했다. 걷기 좋은 제주, 현무암 돌담길은 운치를 더했다. 순례길을 오고 가는 길에 외돌개, 산방산 등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엿볼 수 있었다.

대표회장 신일수 목사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길을 걷는 것도 행복한데 숭고한 삶을 살다 순교하신 신앙 선배들의 순교길을 걸으며 나도 같은 상황에서 그 길을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스스로에 물었다”며 “솔직히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주님께 순종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주셨고, 하나님의 은혜가 채워져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짧은 여정이었지만 제주도 기독교 역사의 발자취를 좇아 신앙의 향기를 느끼고 부흥사회의 친목도 다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안막 목사(동일교회 원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단합되고 신앙 수련도 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밝혔으며, 양금숙 사모(대명교회)도 “순교지의 아름다운 신앙도 배우고 목사님들의 좋은 말씀도 들어서 새로운 힘을 얻고 돌아간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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