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대학 교직생활을 40여 년 넘게 해 오면서 체질화된 자기관리 정신이 지금까지 내 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꼼꼼히 계획하고 점검하는 습관이다.

월급쟁이가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은 진짜 어렵다는 말을 더러 하는데 내 경우가 꼭 그랬다. 너무 재고 재다보면 실기하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개인과 달리 조직생활에서는 그렇지 않다. 조직은 공동목표를 가진 다수인의 집합으로 질서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그 질서는 정해진 규율이다. 국가, 기업 등 모든 공·사조직이 다 같다.

지난 2월 23일자 한국성결신문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 서울신대가 교육부로부터 행·재정상 조치를 받았다는 큰 기사가 마음을 심란케 했다. 보통사람들은 신학대학이라고 하면 여느 대학과 달리 생각한다. 신학생을 배출한다는 목표가 뚜렷해서다. 대학교의 명칭에 신학이란 글자가 들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요즘 모든 신학대학교에는 일반대학교처럼 다양한 전공의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회복지과, 유아교육과, 실용음악과 등 학생 모집이 용이한 학과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신학대학교와 일반대학교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교육부는 동일한 교육법령에 따라 신학대학교를 행정지도·감독한다.

신학대학교의 운영은 학생들의 수업료도 있지만 교회 또는 독지가들의 후원금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원 명분으로 장학위원회를 만들고 홍보도 많이 한다. 후원하는 측에서도 신학생 양성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둔다.

우리 성결교단의 유일한 대학교육기관인 서울신대는 전국의 많은 교회와 신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교육부의 행정처분은 실망을 준 점이 없지 않다. 교육부가 서울신대에 내린 조치내용을 보면 자주 거론되는 부실 병폐 대학보다 나은 점이 별로 없다.

지적받은 분야도 많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입찰부당, 교육용 기본재산 관리 부적정, 업무추진비 지출 및 장학금지급 부당 등 17개 항목이다. 또 업무추진비 지출부당과 교비회계 예산집행 부당에 대해서는 환수조치를 명령받았다. 재물조사가 제대로 안 된 것에 경고도 받았다.

이번 일은 지난 총장시절에 이뤄진 것이라고 하지만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서울신대는 대학교육 목적을 가진 조직이므로 조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서울신대의 조직은 영원한 것이고 조직의 구성원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역할이 있다.

다수의 중·징계 대상자가 퇴직하고 현직 2명만 경징계를 받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부득이 규정을 벗어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필자가 지적코자 하는 것은 조직원들의 교육부 감사 대비가 허술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물론 자체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감사에 대비했겠지만 빈틈이 있어 보인다.

재차 언급하지만 지난 총장 때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경고나 주의 조치만 받았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신학대학교의 교직원이라는 긍지를 해친 것에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모든 조직원들은 서울신대의 설립목적을 재인식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신학생 장학후원을 하는 교회와 신앙 독지가들에게 서울신대에 대한 실망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서울신대에 대한 사시적 안목을 갖지 않도록 조직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서울신대에 목표를 둔 준비생들의 사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 서울신대의 모든 교직원들은 조직의 목표를 늘 생각하면서 역할을 실천해야 한다. 이른바 ‘목표에 의한 관리(MBO)’를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주저했다. 그러나 성결신문 기사 활자 크기를 보고 용기를 내었다. 60여 년을 오직 성결교인으로만 살아 온 DNA도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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