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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
[1176호] 2019년 03월 27일 (수) 15:02:48 장자옥 목사(간석제일교회 원로) webmaster@kehcnews.co.kr

나 하늘로 돌아가리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장자옥 목사
천상병(1930~1993)씨의 귀천(歸天)이라는 자유시는 1979년 작품이다. 이 시는 모진 운명의 틈바구니에 엮어져 인간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억울하고 불행하게 살다간 천상병 시인이 1979년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며 쓴 신앙고백인 셈이다. 여기에는 죽음에 대한 아무런 두려움이 없고 따라서 마음에 아무런 과장도 일렁이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미련과 하등의 집착도 없는 무욕의 경지를 느끼게 해주고 삶의 그 숱한 아픔마저도 초월한 초인간적인 영적세계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자기의 신념을 우렁차게 고백하는 경건함도 없다. 단지 원한 맺힌 자들에게 시원스레 일갈을 휘두르는 말 한마디 없이 무심하리만치 고달픈 삶의 황혼에서 무거웠던 짐을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순진무구하게 자기의 신앙소원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참 담담한 평안이 오롯이 녹아있다. 이슬과 함께 하늘로 돌아가리라.

그렇다. 새벽이슬 같은 청춘도, 보이지 않는 여린 이슬방울 같은 어린애도 하늘로 돌아간다. 또 ‘노을빛과 함께’라는 말도 그렇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를 악물고 더 살기를 몸부림친다 해도 구름이 손짓하면 하늘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죽음에 남녀노소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시의 3연에 보면 “하늘로 돌아가 이 세상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여기에 인생의 소망이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슬과 노을을 들면서 죽음의 보편성, 공평성, 필연성을 말하지만 종장에 가서는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예시하고 있다. 여기에 그 숱한 인생의 질고와 불행, 미움과 아픔, 분노와 억울함까지 일순에 벗겨버리고 아름답게 회복시켜 주시는 하늘소망에 대한 짙고 강렬한 기대감이 있다.

천상병은 서울대학교 상과 4학년 중퇴 후 1955년 부산시장의 공보 비서로 일하다 1967년 윤이상 등과 함께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옥고를 치르며 전기고문으로 몸이 다 망가진 상태로 선고유예를 받아 출소했다.

그것이 그의 비극적 생애의 단초가 되었다. 그가 사건에 연루된 것은 독일유학을 다녀온 친구에게 몇 푼씩 돈을 받았었는데 그것이 그만 공작금으로 확대돼 3개월간 정보부에서 전기고문까지 받아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됐다.

그는 고문을 회상하면서 마치 “전기다리미 밑에 눌린 와이셔츠 같았다”고 말했다. 그 후부터 천상병은 손발놀림이 불편해지고 침이 자꾸 흘러나왔고 입도 어눌해졌다. 한때 무연고자로 오해받아 청량리병원에 수용되기도 하며 실종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의 몸은 전기고문 후유증으로 자식을 가질 수 없게 됐지만 문순옥 여사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결혼했다. 문 여사는 천상병 시인의 천진스러운 면과 천재적 문학성을 귀하게 여겨 결혼했다고 한다. 결혼 후에는 귀천이라는 찻집을 경영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변함없이 천 시인을 아끼고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천주교인이었던 천상병은 1981년부터 연동교회에 나가게 됐는데 그것은 아내가 그 교회에 나가고 있었고 당시 김형태 목사님의 방송설교를 들을 것을 권유했다. 그는 늘 2층에서 아내와 예배드렸으며 배신자라는 세평이 싫어서 10년 이상을 개종을 하지 않고 다녔다. 그는 ‘귀천’ 외에도 ‘흐름’, ‘청록색’, ‘하나님은 어떻게 생겼을까’, ‘날개’, ‘봄비’, ‘나는 행복합니다’ 등 기독교 시를 지었으며 1993년 63세에 간경화로 소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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