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누리고 끼 발산…아이들로 교회 북적
‘시온의 찬미’ 40년 이어와
어려서부터 악기 가르치고
교회가 사랑방·놀이터 역할

▲ 올해 40번째 열린 충일교회 '시온의 찬미'에서 함께 찬양을 부르는 중고등부 학생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문학의 밤’이 열리는 날이면 교회당이 학생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때는 노래와 시, 성극, 콩트, 댄스 워십, 연주 등으로 자신들의 꿈과 끼를 맘껏 펼칠 수 있었고, 그 재미로 교회에 들락거리던 아이들이 믿음을 갖기도 했다. 교회는 아이들에게 예배만 드리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문화를 향유하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문학의 밤’이란 행사는 언제부턴가 사라져 갔고, 교회 내에서 중고등부 아이들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런데 40년째 ‘문학의 밤’을 개최해온 교회가 있어 화제다. 바로 대전 충일교회(김낙문 목사) 중고등부 ‘시온의 찬미’가 그렇다.

지난 2월 22일 저녁 충일교회 예배당에서 40번째 ‘시온의 찬미’가 열렸다. 교회는 모처럼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뜨거운 찬양과 말씀으로 ‘시온의 찬미’는 시작부터 열기가 달아올랐다.

▲ 무언극 'set me free'
열정을 바친 공연
이날 사회를 맡은 학생들의 멘트가 끝나고 무대의 조명이 켜지자 교회당은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출연하는 학생들의 얼굴도 긴장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첫 공연은 꽁트 ‘불편한 진실’. 교회의 안과 밖에서 행동이 다른 기독인의 이중성을 잘 패러디 했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아카펠라공연에서는 6명의 화음이 돋보였다. 수화 퍼포먼스에서도 손끝 하나로 십자가의 사랑을 잘 표현했다. 그중에서 무언극 ‘set me free’는 강렬했다. 하얀 가면을 쓴 사탄에게 쇠사슬에 묶여 끌려 다니다가 쓰러진 소녀를 예수님께서 일으켜 주는 내용이었는데, 음악과 연기만으로 극적 효과를 주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어둠에서 야광효과를 활용한 공연, ‘블랙 라이트’였다. 김승겸 외 15명의 학생들은 현란하고 일사분란한 손동작으로 십자가 등 하나님의 사랑을 그렸다. 공연은 끝으로 갈수록 열기를 더했고 공연 사이에는 깜짝 퀴즈와 행운권 추첨으로 원활한 무대 준비를 도왔다.

▲ CCD 공연
모든 중고등부 학생들이 손을 꼭 잡고 무대에 다시 올랐다. 이날 공연의 주제 ‘너와 함께 우리와 함께 예수님과 함께’를 노래로 부르며 모든 순서를 마치는 듯 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중고등부 학생들로 구성된 찬양단과 밴드가 무대에 오르자 자리에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뛰고, 춤을 추면서 찬양을 불렀다. 진정한 의미의 문학의 밤이 비로소 시작되는 듯했다. 십대들의 뜨거운 열정은 식을 줄 모르고 한동안 이어졌다. 또래 청소년들을 초대해서 목청껏 외치고 마음껏 찬양하는 것이 충일교회 ‘시온의 찬미’의 전통이다. 

40년을 이어온 전통
충일교회 중고등부는 1989년부터 지금까지 40년간 ‘시온의 찬미’를 이어왔다. 중단될 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이들과 선배, 교인 등이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했다. 김시우 장로는 “맥이 끊어질 듯하면서도 재능과 끼를 발산하는 통로를 마련해주니까 40년이란 긴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등부장 박영웅 안수집사도 “저도 1980년 중반 중고등부 시절 ‘시온의 찬미’에 참여했다”면서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고, 신앙에도 도움이 되니까 참여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기획부터 연습, 진행까지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도 ‘시온의 찬미’의 생존력을 높였다. 두 달간 연습을 하면서 교회와 더 가까워지고, 신앙심도 커지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백승이 양(고3)은 “연습하는 동안 찬양과 기도로 매달리고, 하나님께서 동행하신다는 믿음으로 신앙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송유진 양(중3)도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하나님과 가까워 진 것 같다”고 밝혔다.

‘시온의 찬미’는 선후배 간을 끈끈한 정으로 연결해주는 효과도 있다.

김은지 씨는 중고등부 시절 ‘시온의 찬미’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도 지난해 서울대에 들어갔고 올해는 교사로 행사를 도왔다.

대구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최재희 씨도 중고등부시절부터 교회에 깊이 뿌리내린 탓에 매주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여기에 발표 때마다 친구들과 학부모를 초청하다보니 전도의 효과도 크다. 김낙문 목사는 “아이들이 신앙적으로 좋아지니까 부모들이 오히려 더 좋아하며 교회에 아이들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끼와 재능 발산
충일교회는 시온의 찬미 같은 문화공연과 학생 자치활동으로 아이들이 교회를 스스로 찾아와 머물게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기타, 베이스, 드럼 등 악기와 찬양을 쉽게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이들이 교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각종 재능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초등부와 중등부, 고등부 등 모든 부서에 자체 찬양단이 있고, 예배에서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이렇게 10년간 프로그램이 연계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교회는 시온의 찬미 외에도 충일찬양음악제, 유초등부 성탄발표회 등 아이들의 재능을 발산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 주고 있다. 연습하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간식을 제공하는 등 교회의 관심과 지원도 든든하다 보니 교회는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이런 정책과 지원으로 충일교회의 다음세대는 어느 교회보다 활기차다. 유초등부 40명, 중등부 30명, 고등부40명, 청년부 60명으로 이어지는 다음세대의 벨트는 탄탄하다. 그래서 충일교회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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